“한 흑인 노인이 총상을 보여주며 ‘내가 참전했던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말 가보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 못 간다’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울컥해서 ‘제가 모든 걸 다 대겠습니다’라고 했지요. 그게 벌써 17년 전이네요.”
13일 만난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61)는 2007년 처음으로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을 초청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7년째 이어진 초청 행사는 올해(17~22일 방한)까지만 국내에서 진행된다. 고령인 용사들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현지 방문으로 바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17년째 초청행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2007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터킹 국제평화상 전야제에 참석했을 때였다. 한 흑인 노인(리딕 나다니엘 제임스·Riddick Nathaniel James)이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다. 그리고 옷을 들어 올려 왼쪽 허리 총상을 보여주며, ‘6·25전쟁 때 의정부, 동두천 등에서 싸우다 다쳤다. 한국이 그렇게 변했다는데 형편이 안 돼 못 가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리랑을 부르더라. 그때 뭔가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한 게 치밀어 오르기에 ‘내가 초청하겠다’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8개국 6000여명의 참전용사와 가족, 유가족들을 초청했던데.
“그때는 제임스에게 혼자 오면 적적하니 참전용사 친구들과 함께 오라고 했다. 대여섯 명 정도 오겠거니 했는데, 50여명이 온다고 연락이 오더라. 그때 ‘아, 이걸 단순한 일회성 초청 정도가 아니라 행사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등 참전국 관련 단체를 통해 용사들을 찾아 초청했다.”
―초청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고 윌리엄 웨버(William E. Weber) 대령을 초청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웨버 대령은 강원도 원주 전투에서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었는데, 주치의가 건강상 장거리 비행은 안 된다고 해 끝내 못 모셨다. 작년 4월에 97세로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대한민국이 발전해줘 정말 고맙다. 우리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줬다. 군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싸우다 팔과 다리를 잃은 건 최고의 영예’라고 했다.”
―현재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방한 중이다.
“폴 헨리 커닝햄(Paul Henry Cunningham)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전 회장,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하 10여명의 생명을 구한 발도메르 로페즈(Baldomero Lopez) 미 해병대 중위 유가족 등 참전용사 6명과 가족, 유가족 등 40여명이 방한했다. 국립현충원,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천안함 견학, 미8군 사령부와 도라전망대 등을 방문한다.”
―민간이, 그것도 교회가 나서서 하는 이유가 있나.
“교회, 특히 대형교회에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전후세대에 애국심과 안보 의식, 확고한 국가관을 확립시키는 것이야말로 대형교회가 짊어져야 할 사명이다. 보훈병원 참전용사 위문, 교회 초등학생들의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감사 편지 쓰기’ 등을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올해가 마지막 국내 초청이라고 하던데.
“용사들이 90세가 넘는 등 워낙 고령이라 장거리 비행이 어렵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현지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6·25전쟁 때 그분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더욱이 올해는 6·25전쟁 제73주년이자 한미동맹 70주년인 뜻 깊은 해다. 도움을 받았으면 기억하고 보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비록 내년부터는 해외에서 열리지만,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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