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브누아 드 라 당스’ 女무용수상 받아… 강수진-김주원 등 이어 한국 5번째
“결혼-출산후 춤추는 소중함 더 커져… 한국적 정서 잘 전달돼 감격스러워”
“아이에게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꿈이었어요. 시상식에 같이 오진 못했지만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춤추는 걸 남편과 아이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봤으니 꿈을 이뤘죠. ‘이걸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큰 상을 받았습니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한 발레리나 강미선(40·사진)이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의 수상은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에 이어 한국 무용수로는 다섯 번째다. 강미선은 이들 가운데 ‘워킹맘 발레리나’로서 처음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내 양대 발레단 중 하나인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수석무용수다.
강미선은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중국 국립발레단의 추윈팅과 공동으로 상을 받았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파리오페라발레단(BOP)의 수석무용수 도로테 질베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메이 나가히사 등 세계적인 발레 스타들을 제친 것이다.
강미선은 올해 3월 선보였던 창작발레 ‘미리내길’에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과부 연기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시상식 당일 열린 갈라 콘서트에서도 ‘미리내길’을 선보였다. 그는 “올해 발목 부상과 폐렴으로 입원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상으로 위로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어 “공연이 마음에 안 들면 절대 박수를 안 친다는 볼쇼이 극장장님이 어제 박수를 치셨다고 들었다. 한국적 정서가 잘 전달돼 감격스럽다”며 웃었다.
그는 선화예중·고등학교와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UBC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다.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이듬해 UBC 동료인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했다.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5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발레 ‘춘향’을 통해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강미선은 “결혼과 출산 후 춤추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낀다”며 “발레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모든 걸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문훈숙 UBC 단장은 “올해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 심사위원들이 두 번에 걸쳐 투표했다고 들었다”며 “강미선 발레리나는 어떤 작품이든 믿고 맡기는 무용수다. 풍부한 감정 연기와 표현력을 지녔고 작품을 연구하는 자세와 기술이 뛰어난 노력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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