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전쟁 중 가짜신문 인쇄해 배포
파라오는 ‘대체 진실’로 백성 위로
가짜뉴스의 역사와 구별법 정리
◇CIA 분석가가 알려주는 가짜 뉴스의 모든 것/신디 L 오티스 지음·박중서 옮김/416쪽·2만3000원·원더박스
“왜 내가 가짜뉴스 얘기를 하는지 알아요? 당신네 모두를 불신하게 해서, 내게 부정적인 기사가 나와도 아무도 믿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2016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TV 시사 프로그램 ‘60분’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설마 그렇게 속 보이는 얘기를 털어놓았을까, 가짜뉴스 아닐까?
아니,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정보 분석가로 일한 저자의 말이니 믿어도 좋다. 트럼프는 결국 대통령에 취임했고 자기에게 불리한 기사는 모조리 ‘가짜뉴스’로 몰아붙였다. 나치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매체를 ‘뤼겐프레세(거짓말 언론)’라며 공격한 일을 상기시킨다.
1부에서는 가짜뉴스의 역사를 다룬다. 33세기 전인 기원전 1274년 람세스 2세는 히타이트 군대를 무찌른 승전기를 이집트 전역에 배포하도록 했다. 그러나 히타이트 왕이 보내온 편지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다. “왜 거짓말만 치냐?” 실제로는 양쪽 모두 엄청난 희생자가 나왔고 협상으로 전쟁을 끝냈지만 파라오는 백성들을 ‘대체 진실’로 달랜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도 가짜뉴스 생산자였다. 인쇄공 출신으로 청년기에 신문사를 경영했던 그는 독립전쟁 중인 1782년 가짜 신문을 인쇄해 배포했다. 보스턴에서 발행되는 진짜 신문과 똑같은 디자인과 서체를 사용해 ‘원주민 부족들이 식민지인(독립 전 미국인)을 공격하고 살해당한 이의 머리 가죽을 영국 왕에게 바쳤다’며 선동에 나섰다. 오늘날 가짜 뉴스 웹사이트들이 진짜 언론사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베끼고 인터넷 사이트 주소(URL)까지 비슷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과학자도 때로 가짜뉴스에 가담한다. 1990년대 미국의 웨이크필드라는 의사는 ‘홍역 등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돈을 받고 조작한 연구였고, 진실이 밝혀지자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세계인이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고 믿는다. 1980년대 소련은 인도 신문에 자금을 지원해 ‘미국 정부의 과학자들이 에이즈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가짜 뉴스를 싣게 했다. 뉴스는 퍼져 나갔고, 2005년 여론조사에서 미국 흑인 응답자 중 15%가 ‘에이즈 바이러스는 흑인을 겨냥해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답했다.
2부에서는 실전 응용편 격인 ‘가짜 뉴스와 싸우는 방법’을 정리했다.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기, 뉴스 미디어의 편향 이해하기 등 8개의 장을 통해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각 장 끝에 ‘연습문제’를 붙였다. “뉴스가 제시하는 증거를 확인하고 이야기의 다른 측면을 살펴보라, 다른 뉴스 업체들도 같은 뉴스를 보도하는지 확인하라, 긴급 속보라면 숨을 고르고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가짜 뉴스를 근절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수는 있다.” 최소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바보는 되지 말라며 저자가 내놓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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