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처음’을 마주한 너에게 [책의향기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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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26일 09시 58분


◇연수/장류진 지음/336쪽·1만6800원·창비

오래 삶을 이어온 노인도, 이제 막 걷게 된 어린아이들도 언제나 ‘처음’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갖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새 감정에 휩싸인다. “왜지”, “왜 이런 느낌이 들까”라며 저마다의 의문을 품게 된다. 작가는 이를 “원래 가지고 있던 상식적인 생활 감각이 강제로 리셋되는 느낌”이라 말한다.

소설집 ‘연수(硏修)’는 이 느낌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엮어간다. 각기 다른 짤막한 여섯 편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처음을 겪는다. 소설은 처음을 마주한 주인공들이 연일 느끼는 두려움, 당혹감, 부정, 반의 등을 담아냈다.

‘연수’ 이야기의 주인공, ‘주연’은 운전 공포증을 겪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성공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운전석에만 앉으면 영락없는 초보가 된다. 처음 마주하는 길에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뿐이다. 이에 주연은 스스로 “나는 왜 또 연수를 받고 있을까” 질문한다.

대기업 합숙 면접을 보게 된 ‘펀펀 페스티벌’ 이야기 속 ‘지원’은 온라인에서만 봐왔던 ‘이찬휘’를 처음 대면하며 의문을 품게 된다. 찬휘와의 경험들 속에서 “만약 내가 보컬동아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훈련받았다면 이런 ‘쪼’가 없었을까”라 묻는다.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포기를 선택해 온 자신의 인생에 반문한다.

“그래서 나가라는 건가”라고 타 기자에게 당돌히 질문하는 방송사 인턴 ‘선진’도, “미라 언니는 어쩌다 그렇게 부자가 된 걸까”라며 32살에 국문학도가 된 ‘박미라’를 마주하는 ‘나’도 각자 처음을 겪으며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소설은 이처럼 우리가 오늘을 살며 마주하는 ‘처음’이 주는 감정들에 선을 긋지 않고 곧이곧대로 문장에 담는다. 그리고 말한다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젊은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수상에 빛나는 장류진 작가. 삶의 면면을 바라보는 그 만의 독특한 시각과 지평으로 독자에게 쨍한 웃음과 위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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