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오스카상 수상’ 강미선 간담회
‘미리내길’ 韓 창작작품으론 첫 수상
“어릴 때 6년 배운 한국무용 큰 도움
해외활동 안 한 것, 후회 전혀 없어”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20일(현지 시간)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발레리나 강미선(40)은 자신의 성장 원동력으로 ‘부족함’을 꼽았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인 그는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상식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돼 가는데도 믿기지 않는다. 워낙 큰 상이다 보니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한 상으로 해마다 모스크바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세계 톱클래스 공연 작품이 심사 대상으로, 최고 남녀 무용수상은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특히 이번 수상은 한국 창작 발레 ‘미리내길’로 받은 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김기민(2016년), 박세은(2018년)이 같은 상을 받았지만 고전 발레 작품이 아닌 한국 창작 발레 작품으로 수상한 것은 강미선이 처음이다. 강미선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과부를 연기했다.
‘미리내길’은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에 수록된 국악 크로스오버곡에 한국 무용의 색채를 녹여낸 작품이다. 유병헌 UBC 예술감독이 안무했다. 강미선은 “여덟 살 때부터 다니던 무용학원에서 6년간 한국 무용을 배웠다. 한국 무용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적인 춤사위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상식이 열린)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한국 발레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상을 받게 돼 더욱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 동료인 UBC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러시아)와 결혼해 2021년 10월 아들을 낳았다. 그는 “육아를 하며 쌓인 피로는 발레를 하며 풀기에 워킹맘 발레리나로서 힘든 점은 거의 없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에 있는 남편의 동료들이 ‘왜 남편이랑 같이 오지 않았느냐’고 많이 물었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한국에서 독박 육아를 하느라 못 갔다”며 웃었다.
선화예중·고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UBC에 입단한 그는 국내파 무용수다. 코르드발레(군무진)로 입단해 2005년 드미 솔리스트, 2006년 솔리스트, 2010년 시니어 솔리스트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가 됐다. 국내 발레단에서 21년간 활동한 데 대해 그는 “발레를 시작할 때부터 UBC 입단이 꿈이었다. 여기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아직도 배워 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기에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서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그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사람들과 발레단에 갓 입단한 무용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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