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에 닿는 향긋한 꽃내음, 입안을 간질이는 우아한 버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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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와인의 세계

루이부요
최근 저도주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일반 주류에 비해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샴페인이 각광받고 있다. MZ세대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샴페인은 1분기 와인 수입량 중 전년 대비 유일하게 증가했을 정도로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얇고 기다란 유리잔에서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기포들은 행사와 파티 등에 제격이다.

탄산이 있는 와인(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해서 모두 샴페인은 아니다. 프랑스 상파뉴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인 셈이다. 하지만 샴페인 외에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스파클링 와인은 다양하다. 이번 달 Q는 여름철 파티나 바캉스 기간 즐기기 좋은 스파클링 와인들을 모아봤다.

강렬한 풍미에 황홀한 뒷맛… 미각을 깨우는 한 잔의 매혹


저도주 트렌드로 스파클링 와인 인기
최상급 ‘마를린 먼로’ 샴페인부터
캐주얼하게 즐기는 크레망 등 다양


레어 샴페인.
레어 샴페인.
아는 사람은 아는 샴페인으로 불리는 ‘레어’는 마를린 먼로 샴페인으로 불리는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 하우스에서 생산되는 최상급 라인이다. 레어는 세계 유일 샴페인 전문 매체인 파인 샴페인 매거진과 세계 최대 와인 정보 플랫폼인 테이스팅 북 닷컴에서 주관한 ‘와인 오브 더 디케이드’ 순위에서 샴페인 부문 1위에 올랐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섬세한 기포들이 왜 레어를 최상급 샴페인이라 칭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논빈티지, 즉 빈티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수확이 뛰어났던 해는 빈티지 샴페지으로 생산한다. 레어는 어려운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늦수확으로 좋은 품질을 만들어낸 2013년을 기념해 ‘2013 빈티지 샴페인’을 생산했다.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의 조화를 극대화하는 마리아주를 위해서는 ‘폴 당장’ 샴페인이 제격이다. 상쾌하지만 무거운 보디감과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풍부한 맛과 신선함을 함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따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우아한 바닐라 향은 이 샴페인의 매력 중 하나다. 섬세하면서도 입안을 쉴 새 없이 즐겁게 하는 발포감 덕분에 풍부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치즈, 샐러드와 잘 어울리며 닭고기, 오리 요리와도 매우 좋은 궁합을 보인다.

‘폴당장 뀌베 47 골드’ 샴페인을 생산하는 폴 당장&피스의 설립자 폴 당장은 독특한 솔레라 방식으로 뀌베 47을 생산하고 있다. 샴페인에 사용될 가장 좋은 포도 열매를 선택하기 위해 포도 수확은 아직도 손으로 이뤄지고 있다.

루이부요 와인하우스 전경.
루이부요 와인하우스 전경.
샴페인의 아성에 도전하는 스파클링 와인도 등장했다. 와인 전문지 디캔터가 2020년 ‘올해의 최고 스파클링 와인’에 호주 태즈메이니아 지역의 ‘하우스 오브 아라스’의 스파클링 와인을 선정한 바 있다. 1995년 와인메이커 에드 카는 샴페인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스파클링 와인 생산을 목표로 하우스 오브 아라스를 설립했다. 스파클링 와인의 주 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누아’가 잘 자랄 수 있는 산지를 찾기 위해 호주 전역을 돌던 중 찾은 곳이 태즈메이니아였다. 태즈메이니아의 시원한 온도, 적당한 바람과 많은 비는 당도는 낮되 산도가 높은 스파클링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호주의 남동쪽 끝, 남극해의 바람을 맞는 태즈메이니아는 여름에도 기온이 24도를 넘지 않는다. 여름 동안 달궈진 바다의 영향으로 포도가 익는 가을은 되레 길고 따뜻한 특징을 지녔고 오래 익을수록 산도를 갖추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생산에 최적화된 곳이다.

루이부요 포도밭.
루이부요 포도밭.
아라스 그랑 빈티지는 매우 섬세하고 지속적인 버블감과 밝은 금빛의 볏짚 색상이 매력적이다. 자몽, 재스민꽃, 해염과 라놀린의 매혹적인 향기가 아주 잘 나타난다. 지속적이면서도 강렬한 풍미와 생동감을 보여주는 드라이한 스타일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아라스 그랑 빈티지.
아라스 그랑 빈티지.
캐주얼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을 주고 싶다면 명화를 활용해보자. ‘클림트 키스 뀌베 브뤼’는 화폭을 와인병 안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클림트의 작품 ‘더 키스’를 활용했다. 라벨뿐만 아니라 와인 병목을 감싸고 있는 캡슐까지 클림트 특유의 문양과 그가 좋아했던 황금색을 넣어 이 와인의 개성을 두드러지게 했다. 클림트 키스 뀌베 브뤼 와인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공식 스파클링 와인이다. 잘 익은 사과 향,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 오렌지의 아로마와 함께 신선한 산도, 미네랄 느낌과 섬세하고 우아한 버블이 잘 어우러진 기분 좋은 스파클링 와인이 된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청량감과 마시기 편한 산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훈제 연어나 참치, 각종 해산물 구이, 장작 숯불 통닭 등과 좋은 마리아주를 이룬다.

샴페인 가격은 와인 애호가들의 영원한 숙제와 같다는 말처럼 샴페인의 수요가 높아지며 치솟는 가격 탓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에 샴페인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크레망은 매우 좋은 대안이다.

크레망은 샴페인을 생산하는 2차 발효 방식 그대로 생산하지만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하지 않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크레망 중에서 ‘크레망 드 부르고뉴’는 상파뉴와 인접한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된 크레망으로 샴페인에 가까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대가 3만 원대부터 형성돼 있어 샴페인에 비해 가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루이 부요’는 전 세계 크레망 드 부르고뉴 판매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판매 1위 크레망 드 부르고뉴다. 옅은 노란빛과 연둣빛이 감돌며 코끝에서는 다양한 과실 향과 만개한 꽃 향이 느껴진다. 레드 베리의 풍성함과 생동감 넘치는 시트러스 터치가 돋보이며 우아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아페리티프(식전주) 및 생선구이, 샐러드, 초밥 및 회와 좋은 궁합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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