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봄 경매가 열린 5월 30일 홍콩 완차이구 하버로드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에이다 츄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20·21세기 미술 데이 경매 헤드. 홍콩=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팬데믹과 양적 완화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술 시장의 분위기가 금리 인상과 함께 순식간에 차분해졌습니다. 국내 주요 경매사들의 1분기 낙찰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8% 감소했다고 하죠. 작품 관람이나 마케팅의 기회로 ‘프리즈 서울’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올해 세일즈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크리스티 홍콩 봄 경매 현장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주요 경매사들은 홍콩에 자체 경매장을 마련하면서, 컨벤션센터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경매보다 소규모 상시 경매의 형태로 변화가 이뤄질 모양새였습니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에서 20·21세기 미술 데이 경매 헤드 및 스페셜리스트인 에이다 츄이 부사장을 만나 미술 시장 전망과 컬렉팅 팁을 위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질문 답변의 형태로 공유합니다.
장미셸 바스키아, Black, 1986년. 사진: 크리스티 제공김민(민): 경제 상황이 급변한 현재 미술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에이다 츄이(에): 미술 경매가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기가 좋아야 경매 실적도 좋죠. 그런 상황에서 요즘은 세일즈와 관련해 최고가 작품들은 500~700만 달러(60~90억 원) 선을 겨냥합니다. 경매시장에서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이상의 작품에는 고객들이 더 신중하기 때문이죠.
이번 경매에서 제프 쿤스 작품을 놓고 그랬듯이 경합이 벌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적당한 수준이 500~700만 달러라는 거죠.
민: 최상위층 컬렉터는 그 정도이고, 그 아래는 어떤가요?
에: 그다음은 100만 달러(약 10억 원)대의 작품에서도 고객이 많습니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 정도는 쓸 용의가 있는 컬렉터들이 있다는 것이죠. 다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관망하는 모습이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크리스티 봄 경매가 열린 5월 30일 홍콩 완차이구 하버로드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에이다 츄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20·21세기 미술 데이 경매 헤드. 홍콩=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컬렉터가 물어야 할 세 가지 질문
민: 이브닝 경매에서 활약상이 인상 깊었습니다. 고객들에게 컬렉팅 팁을 많이 알려주실 것 같은데 독자들에게도 공유해주세요.
에: 물론이죠. 제가 새 고객을 만날 때 항상 보여주는 슬라이드가 있어요. 거기에 삼각형을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을 적어 놓았어요. 컬렉팅을 시작할 때 이 질문들을 생각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첫 번째는 ‘나는 뭘 좋아하는가?’에요.
컬렉팅의 목적에 오로지 투자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결국은 내가 좋아해야 하고, 10년이 지나도 좋아할 수 있어야 해요. 바스키아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쿠사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취향은 정말 다양하고 옳고 그름도 없어요. 새 고객이 와서 ‘뭘 사야 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우선 이 질문을 해보라고 해요.
그다음은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작품을 사놓고 아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면, 돈을 좀 더 투자해 유행을 타지 않는 안정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살 수 있겠죠. 그게 아니라 활발하게 미술 씬에 참여하고 갤러리도 자주 가면서 보는 사람이라면 좀 더 짧은 주기를 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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