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40명과 ‘뮤지엄 산’서 만나
설치미술 등 둘러보며 팬들과 소통
셀카 찍어주고 피아노 연주까지
“앙샹테!”
지난달 30일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 남색 면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가 등장하자 독자 40명이 ‘반갑다’란 뜻의 프랑스어 인사말을 외쳤다. 베르베르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답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장편소설 ‘개미’(1993년), ‘타나토노트’(1994년), ‘뇌’(2003년), ‘신’(2008년) 등으로 사랑받은 베르베르가 한국 독자와 함께 뮤지엄 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곳은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82)가 설계했다. 행사는 접수 시작 하루 만에 40명의 정원이 마감됐고 “추가 신청을 받아 달라”는 문의가 쏟아졌다. 12세 아들, 10세 딸과 함께 참가한 이정민 씨(43)는 “아이들에게 베르베르와 만나는 기회를 주고 싶어 재빠르게 신청했다”고 했다.
베르베르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돼 3500만 부가 팔렸다. 이 중 1300만 부가 한국에서 판매됐을 정도로 그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사랑이 뜨겁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9번째다.
가장 어린 참가자는 18개월 남자아이, 최연장자는 61세 여성이었다. 18개월 아들과 행사에 온 강시연 씨(36)는 “독특한 과학적 상상력에 베르베르의 작품에 빠졌다. 아이가 크면 그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참여한 권경숙 씨(59)는 “베르베르의 작품은 읽기가 쉬워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베르베르와 독자들은 뮤지엄 산의 대표 공간인 제임스터렐관을 둘러봤다.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80)이 빛을 다양하게 해석한 곳이다. 실제로는 낭떠러지지만 멀리서 보면 벽처럼 보이는 호라이즌룸에 들어서자 베르베르는 “흥미롭다”며 감탄했다. 베르베르는 함께 셀카를 찍자고 요청하는 독자들과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었다.
‘개미’가 한국에서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어린 독자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한지수 양(12)은 “부모님 없이 혼자 참석했다. 3년 전 ‘개미’를 읽고 작가에게 빠졌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온 박우진 군(11)은 “집 책장에 있는 ‘개미’를 쓴 작가를 만나니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웃었다.
카페로 이동한 베르베르는 즉석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베르베르는 20일 국내 출간한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전 2권·열린책들) 집필 계기에 대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늦은 저녁 헤어졌다. 베르베르는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한국 팬들과 함께 여행하는 건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독자들과의 소통 덕에 영감이 마구 솟아나는 것 같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1일 또 다른 독자 40명과 제주 송악산 둘레길을 걸었다. 홍유진 열린책들 기획이사는 “독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베르베르를 만나는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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