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만 관객…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가 찾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9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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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10월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안토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를 비롯해 ‘그랜드 투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관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안토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를 비롯해 ‘그랜드 투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관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내 서양 미술 전시에서 르네상스 시대 회화는 감상하기 쉽지 않다. 르네상스 시기인 15~16세기 그려져 오래된데다 초기작은 프레스코화 등 벽에 그려진 것이 많아, 보존 문제로 작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적다. 이 때문에 국내 관객에게 인기 있는 인상주의나 현대미술, 바로크 시대까지 전시가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가 이런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상주의까지 넓은 시기를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시대적 범위를 아우르며,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일 개막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은 이번달 10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하루 평균 2600명이 찾는 전시는 사전 예약이 마감되었더라도 현장 티켓 구매로 관람할 수 있다. 7일 선유이 학예연구사를 만나 전시를 더 알차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담당한 선유이 학예연구사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 ‘붓꽃’을 설명하고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담당한 선유이 학예연구사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 ‘붓꽃’을 설명하고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이번 전시가 가능했던 것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수집 정책 덕분이다. 내셔널갤러리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순으로 중요한 작품을 골고루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내셔널갤러리의 미니어처를 보여 주겠다’는 콘셉트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안이 왔다.

선 학예연구사는 “르네상스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고, 국가도 프랑스 이탈리아뿐 아니라 네덜란드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며 “‘사람을 향하다’라는 지금의 주제가 확정되기 전에는 ‘서양미술사 교과서 본 듯한 전시’라는 수식어를 고려했었다”고 설명했다.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 1510-11년경, 목판에 유화, 38.9 x 32,9cm, 내셔널갤러릴 런던.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 1510-11년경, 목판에 유화, 38.9 x 32,9cm, 내셔널갤러릴 런던.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그러면서 그는 미술사는 단순히 작품을 넘어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테면 르네상스 예술을 통해 신항로 개척, 과학 발달을 이해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이뤄진 국내 서양미술 전시를 연구했는데, 이렇게 르네상스부터 미술사를 통사로 엮은 전시는 없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서양 미술전은 특정 시기나 사조에 국한되거나 작가, 장르에 집중했다. 이는 르네상스 작품이 대여가 어려운 이유도 있으며, 내셔널갤러리처럼 고른 소장품을 가진 기관이 많지 않기도 하다. 또 르네상스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항온 항습 등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전시장도 국내에는 제한적이다.

● 뒷이야기 담은 서브 패널 주목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화가 중 한 명이었던 토머스 로렌스의 작품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를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초상화가 중 한 명이었던 토머스 로렌스의 작품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를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전시의 큰 주제는 미술사가 인간에 관한 관심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큰 흐름은 시대적 순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선 학예연구사는 “메인 주제 말고도 서양 미술사의 흐름 등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일반인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작품 설명 옆에 보조로 달린 ‘서브 패널’이다. 여기에는 도록이나 캡션에는 넣기 어렵지만, 학예사가 특별히 설명하고 싶은 가벼운 정보와 작품에 관한 뒷이야기를 담았다.

이를테면 귀도 레니의 작품 ‘성 마리아 막달레나’ 옆에는 ‘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세속적인 이유’라는 패널이 붙어있다. 여기에는 도박으로 진 큰 빚을 갚기 위해 잘 팔리는 소재의 비슷한 작품 여러 개를 빨리 그려야만 했던 레니의 아이러니한 인생사가 소개되어 있다.

선 학예연구사는 “이밖에 시대적 배경 등 여러 가지 텍스트가 준비되어 있다”며 “취향에 맞는 정보를 골라서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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