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희축제, 국립국악원서 개막
무형문화재인 두 놀이 첫 합동공연
“달라 보여도 재담 나누는 면 같아
관객도 함께 어울려 놀다 가세요”
‘살 판 아니면 죽을 판.’ 전통연희 무대에 선 광대가 고도의 기예를 선보이기 전 되뇐다는 말이다. ‘살판’(남사당놀이에서 몸을 날려 넘는 땅재주)을 활용한 언어유희지만 재기발랄한 악가무(樂歌舞)와 거침없는 풍자 뒤에서 광대들은 정말 그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실력을 갈고닦았다.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10일 만난 줄광대 남창동 씨(22)와 발탈꾼 정준태 씨(42)는 “꿈의 무대인 전통연희축제에 서기까지 살 판, 죽을 판으로 노력했다”고 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2023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뛸판, 놀판, 살판’이 12∼16일 국립국악원 일원에서 열린다. 남 씨와 정 씨는 14일 국악원 연희마당에서 합동 무대를 선보인다. 발탈은 포장막 속의 탈꾼이 발에 탈을 씌운 채 대나무로 만든 인형의 팔을 움직이는 공연이고, 줄타기는 외줄 위의 줄광대가 음악에 맞춰 기예와 재담을 펼치는 놀이다. 국가무형문화재인 두 종목 모두 맥이 끊길 소지가 있어 2016년 국가긴급보호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줄광대와 발탈꾼인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외의 조합이지만 두 사람은 “줄과 탈이라는 도구 외에는 똑 닮은 장르”라고 입을 모았다. 발탈과 줄타기는 재담과 소리 등을 즉흥으로 섞어 서민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정 씨는 “두 장르 모두 광대가 관객과 즉석에서 공연을 만들기에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때 시너지를 낸다”고 했다. 공연시간 약 40분간 남 씨는 2m80cm 높이의 줄 위에서, 정 씨는 포장막 안에서 재담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두 광대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어릿광대 역할은 남 씨의 부친인 남해웅 국립창극단 창악부 부수석이 맡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창경궁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정 씨는 “키 120cm 남짓한 아이(남 씨)가 겁 하나 안 내고 줄을 타는 걸 보고 장차 대한민국 대표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우리 둘이 함께라면 관객이 눈을 떼지 못하는 무대가 만들어지겠다 싶었다”고 회고했다.
남 씨는 일곱 살 때부터 국가무형문화재 김대균 명인의 가르침을 받으며 줄타기 신동으로 관심을 모았다. 정 씨는 30년 전인 열두 살 때 사물놀이로 입문해 지금은 국내에 5명뿐인 무형문화재 발탈 전승자다. 그는 1998년부터 한 해 200회가량 공연하고 있다.
“올봄, 제 인생 최고 난도의 기술을 개발했어요. 소위 ‘비인기’ 종목이지만 더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위험해서 아직 1년은 연마해야 해요. 외줄을 탈 때면 ‘도저히 못 하겠다’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젠 최대한 즐겨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남 씨)
관객에겐 일방적 감상보다는 ‘함께 놀기’를 권했다. 남 씨는 “요즘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공연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보는 사람은 없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무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