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낸 獨 동화작가 비어만 방한
‘잭키 마론’ 시리즈 4편 지난달 출간… 사인회-SNS 생방송서 독자들 만나
“새책, 책 먹는 여우와 같이 쓴 설정, 동화-현실 뒤섞인 아이들 위한 재치
다음 방한땐 아이들과 연극 보고파”
“‘책 먹는 여우’도 같이 왔나요?”
11일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생방송으로 진행된 독일 동화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54)과 한국 독자의 만남 행사에서 한 아이는 이렇게 질문했다. 지난달 28일 출간된 ‘잭키 마론과 푸른 눈 다이아몬드’(주니어김영사·사진)의 저자 목록에 비어만과 함께 그의 대표작 ‘책 먹는 여우’(2001년·주니어김영사)의 주인공이 올라가 있자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비어만은 아이에게 “오늘은 같이 못 왔지만, 다음엔 꼭 함께 오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비어만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환한 웃음을 짓는 친절한 ‘독일 아줌마’였다. 그는 “신간은 ‘책 먹는 여우’의 주인공이 책 먹는 일을 넘어 책을 쓰는 일에도 함께 참여했다는 가정으로 썼다”며 “아이들에겐 동화 속 세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어 재밌는 도전을 해봤다”고 했다.
독일 함부르크 디자인전문예술대를 졸업한 비어만은 2000년 발표한 ‘책 먹는 여우’로 세계적 작가가 됐다. 이 작품은 독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14개 언어로 번역됐다. 특히 한국에서 2001년 출간된 뒤 22년 동안 90만 부가 팔리고 어린이 뮤지컬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2015년·주니어김영사) 등 한국에 소개된 비어만 작품 15편은 총 150만 부가 팔렸다. ‘당신의 작품이 왜 한국에서 인기를 끄느냐’고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한 뒤 답했다.
“‘책 먹는 여우’는 주인공 여우가 책을 너무 좋아해 소금과 후추를 뿌려 닥치는 대로 먹어버리는 이야기예요. ‘책을 먹는다’는 신선한 접근법이 한국 아이들이 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턱을 낮춘 것 아닐까요. 한국 특유의 교육열도 한몫했고요.”
2017년 이후 6년 만에 방한한 소감을 묻자 그는 “벌써 세 번째 한국에 와서 친숙하다. 경복궁과 광화문 인근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며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신간은 2017년 시작한 ‘잭키 마론’ 시리즈 4편이다. 여우 탐정 잭키 마론이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영국 군주가 대관식에서 드는 십자가 왕홀에 박힌, 세계에서 가장 큰 투명 다이아몬드 ‘컬리넌’에 얽힌 논란을 은유적으로 다뤘다. 그는 “컬리넌은 20세기 초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법 반출된 것이라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동화에는 교육적 성격이 담겨 있는 만큼 사회적 문제를 쉬우면서도 조심스레 다루려고 했다”고 했다.
그는 15일까지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 아이들을 만난다. 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사인회엔 독자 300명이 찾았다. 2시간으로 예정된 행사가 4시간이나 진행될 정도로 비어만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사랑은 여전했다.
“한국 아이들과 직접 만나 동화 이야기를 하면 행복해져요. 한국 아이들이 제 책을 사랑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하하.”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책 먹는 여우’ 인형을 매만지며 답했다.
“잭키 마론 시리즈로 어린이 연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잭키 마론도 ‘책 먹는 여우’처럼 동화책 밖으로 나와 아이들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다음에 한국에 올 땐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보고 싶네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