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학자’ 제인 구달 인터뷰집
처음 침팬지와 만나 교감한 순간… 환경운동가로 헌신해온 삶 담겨
“인간만이 환경 되돌릴 수 있어… 미래세대 위해 희망 놓지 말아야”
◇희망의 책/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변용란 옮김/360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1960년 당시 26세였던 영국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베 밀림에서 침팬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를 만났다. 이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낚싯대로 만들어 흰개미를 잡고 있었다. 흰개미 둥지에 나뭇가지를 쑤셔 넣으면 흰개미들이 나뭇가지를 따라 기어올랐고 이를 날름 핥아먹은 것이다.
구달은 이 관찰을 자신의 스승인 영국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1903∼1972)에게 보고했다. 리키 박사는 “인간과 도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며 환호했다.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촬영을 시작했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를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동물’ 15마리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구달은 60여 년 전 이때를 명성을 얻게 된 순간이 아니라 침팬지와 처음 교감하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나를 믿어 준 첫 번째 침팬지였어요. 녀석이 나를 받아들여 준 덕분에 다른 침팬지들도 내가 전혀 위험하지 않은 존재라는 걸 차츰 납득했어요.”
평생 침팬지를 연구한 세계적 동물학자 구달의 인터뷰집이다. 최근 방한한 구달은 이달 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만나 “개와 동물을 학대하는 식용 문화의 종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달이 89세까지 걸어온 삶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구달은 어린 시절 소설 ‘타잔’(1914년)을 읽고 야생 동물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꿈을 꿨다. 학창 시절 성적이 좋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돈을 모아 케냐로 여행을 갔고, 당시 케냐 나이로비 국립자연사박물관장이었던 리키 박사의 비서가 됐다. 구달을 눈여겨본 리키 박사가 “침팬지 연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 덕에 연구자가 될 수 있었다.
“매일 동이 트기 전에 깨어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침팬지를 찾았죠. 기어서 접근하다가 덤불에 팔다리와 얼굴이 긁히면서도 침팬지와 마주하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설렜어요.”
구달은 침팬지 연구로 세계적 동물학자가 됐지만, 곧 아프리카 전역에서 침팬지가 사냥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침팬지 새끼를 데려가 애완동물로 삼고, 서커스용으로 키우는 인간들을 보며 절망에 빠졌다. 굶주린 사람들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나무를 베면서 침팬지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야생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했다. 환경에 대한 자세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세계 각지로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침팬지를 구할 방법도 없었어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구달이 자연을 살릴 유일한 주체로 제시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다. 여전히 가장 뛰어난 지능을 지닌 인간은 기후 변화와 동식물의 멸종을 늦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동물 아니냐’는 질문에 구달은 이런 답변을 내놓는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간 지구에 끼친 해악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의 창문이 아직 우리에게 열려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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