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트아키텍츠 도서관 프로젝트
공공도서관 8곳 ‘핫플’로 바꿔어둡고 빽빽한 책장 과감히 철거
책장 조명의 편안함, 이용객 증가… “쉴곳 없던 분들, 카페 대신 찾아”
“쉴 만한 공적 공간이 부족하니 사람들이 카페로만 몰리죠.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겁니다. 도서관이 시민들이 잘 쉴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실내외 공공도서관 내부를 설계하는 메이트아키텍츠의 이병욱(42), 김홍철(38), 김성진(38) 소장이 11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숲속도서관에서 말했다. 이들은 “광장이나 공원만큼 중요한 건축물이 도서관”이라며 “도서관의 경쟁자는 독서실이 아니라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이나 놀이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20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전북 전주 청소년도서관 ‘우주로1216’(공동 설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전국 공공도서관 8곳을 디자인했다.
지난해 8월 개관한 아차산숲속도서관은 이들이 내부를 디자인한 ‘카페 같은 도서관’ 중 하나다. 원래 쓰레기 집하장이었던 자리에 지상 2층 388.92㎡ 규모로 새로 들어선 이 도서관은 층고가 8.3m에 이르고, 한쪽 면에 전면 유리창이 있다. 그 너머로 아차산어울림정원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테라스에서는 사람들이 대화하며 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홍철 소장은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책장으로 가리고 싶지 않아 정원을 마주 바라보는 책상을 뒀다”며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창밖의 풍경을 누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60석 규모의 이 도서관은 개관 당일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11만7098명이 다녀가며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인스타그램에도 이 도서관에서 인증샷을 남긴 이가 적지 않다. 김성진 소장은 “카페로 향했던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도서관으로 이끌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1월 새로 문을 연 광진구 자양4동도서관도 이들이 리모델링했다. 2008년 동주민센터 1층 231㎡ 공간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원래 책장이 천장 가까이 빽빽하게 들어차 불을 켜도 그늘이 졌다. 내부가 어둡게 느껴질 정도였다. 책장이 공간을 점령하며 상대적으로 열람 공간은 부족했다. 이들은 공간을 전시장처럼 새로 디자인해 이용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책장을 한쪽으로 몰아서 탁 트인 열람 공간을 만들었고, 책장 길이를 다르게 배치해 동적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천장뿐 아니라 책장 자체에도 은은한 조명을 설치해 책장 자체가 전시물처럼 여겨지도록 바꿨다. 도서관은 리모델링 후 신규등록회원이 이전보다 43% 늘었다.
이들의 다음 프로젝트는 서대문구 홍제1동자치회관 2층에 딸려 있는 49㎡(약 14.8평) 규모의 어린이작은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것. 크지 않은 이 도서관을 이번에는 놀이터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홍철 소장은 “이곳을 누릴 아이들에게 49㎡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커다란 놀이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대폭 늘어난 공공도서관을 질적으로 가다듬고 가꿔 나가야 할 때가 됐다”며 “앞으로 ‘카페에서 만나자’는 말 대신 ‘도서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게 흔한 일상이 될 때까지 공공도서관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 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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