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총지배인을 여러 번 마주치는 일은 흔한 경험이 아니다. 말끔한 정장을 빼입은 총지배인들은 처음 방문했을 때 리셉션이나 레스토랑에서 가끔 마주칠 뿐이다. 하지만 클럽메드에서는 다르다. 정장이 아닌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클럽메드의 총지배인들은 숙소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며 여행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클럽메드는 총지배인을 ‘촌장(CDV·Chief de Village)’으로 부른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토마무 리조트’에서 만난 촌장 에릭은 60대를 넘긴 나이에도 하루 종일 리조트를 돌아다니며 객실 상황과 액티비티 프로그램의 안전을 점검했고 점심시간에는 레스토랑에서 여행자들을 맞이했다. 현지에서 만난 직원에 따르면 그는 점심시간에도 리조트 산책로에서 러닝을 하며 체력을 기른다고 한다.
밤이 되면 그는 또 다른 모습으로 여행자들 앞에 나타난다. 교통, 숙박, 식사, 액티비티 등을 모두 제공하는 클럽메드는 야간에 리조트 직원인 ‘G.O(Gentle Organizer)’ 들이 꾸민 쇼를 선보인다. 음악과 춤, 미디어 아트를 곁들인 공연, 서커스, 칵테일 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에릭은 쇼가 끝나자 직접 무대에 올라 쇼를 선보인 G.O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감사를 전했다. 형광색 옷을 입고 참여하는 ‘글로우 파티’가 열리자 그는 마이크를 잡고 춤을 추며 흥을 돋웠다. 1시간가량 계속된 공연에도 그는 지친 기색 없이 파티 진행을 이어갔다.
촌장은 외부인사로 임명하지 않는 것이 클럽메드의 방식이다. 전 세계 70여 개가 넘는 클럽메드 리조트를 순회하며 근무하는 G.O 중에서 촌장을 선발한다. 색다른 촌장의 모습만큼 클럽메드를 처음 방문하면 놀라는 것이 G.O들의 친화력이다. 그들은 여행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함께 식사하거나 테라스에서 음료를 마신다.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를 만난 만큼 여러 언어를 구사해 소통의 장벽도 낮다.
G.O들은 낮시간 액티비티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다. 이곳 토마무 리조트에서는 여름 시즌 테니스, 양궁, 산악자전거, 공중그네, 그리고 인근 농장을 따라 홋카이도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하이킹 등을 운영한다. 점심시간에는 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우연히 마주친다면 앞서 진행한 액티비티에서 궁금했던 부분을 질문하는 등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친화력이 넘치는 G.O들과 빠르게 친해지는 것은 단연 아이들이다. G.O들이 어색해 부모의 다리 뒤로 숨어있던 아이들도 몇 차례 액티비티와 야외에서 춤을 추고 고함를 지르는 ‘선댄스’ 프로그램을 거치면 서툰 영어로 G.O들에게 말을 건다. 집에 갈 때가 되면 G.O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만을 전담하는 G.O들도 있다. 클럽메드는 생후 4개월 갓난아기부터 만 17세 청소년까지 아이들을 위한 ‘키즈클럽’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모여 연령대별 전용 프로그램과 부모와 함께하는 가족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아직 외국어 구사가 서툴러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소통이 어려운 아이들이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토마무 리조트의 겨울 시즌 스키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 G.O 제이슨은 “분명 한국 아이들 한국어로 말하고 일본 아이들 일본어로, 유럽에서 온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는 데 눈빛 손짓으로 어떻게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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