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에서 감상하는 일출… 다시 시작된 크루즈 여행[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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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에서 출발해 일본 규슈 지방을 여행하는 크루즈선인 코스타 세레나호의 선상에서 감상하는 대한해협의 일출. 갑판에는 조깅코스도 있어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배경으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부산항에서 출발해 일본 규슈 지방을 여행하는 크루즈선인 코스타 세레나호의 선상에서 감상하는 대한해협의 일출. 갑판에는 조깅코스도 있어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배경으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크루즈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국내 크루즈 여행이 3년 8개월 만에 부산항, 속초항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런가 하면 홍해와 지중해 등 해외 크루즈 여행 상품도 본격적으로 손님을 모집하고 있다. 크루즈선은 배라기보다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거대한 리조트다. 숙식은 물론이고 화려한 이벤트가 가득한 크루즈 여행은 가족과 친지, 동창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단체 여행의 꽃이다.

● 크루즈 선상에서 댄스를
지난달 초 KTX 부산역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10분 만에 도착하는 부산항국제여객선터미널. 1700여 명의 승객과 1400명의 승무원이 탄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라기보다는 11층 높이의 호텔 수십 채가 연결돼 있는 바다 위의 리조트를 연상케 했다. 승객들이 승선 수속을 마치자 크루즈선은 부산항대교 아래를 미끄러지듯 통과하며 출항했다.

코로나19로 크루즈선 운항이 중단된 지 3년 8개월여 만에 다시 시작된, 국내 항구에서 출발하는 전세 크루즈선 여행이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이 배는 일본 규슈(九州) 지방의 나가사키(長崎)와 구마모토(熊本)에서 기항지 여행을 하고 되돌아오는 3박 4일짜리 코스였다.

크루즈선의 갑판에 있는 야외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시설. 시원한 바다 풍경을 즐기며 수영장 물에 풍덩 빠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크루즈선의 갑판에 있는 야외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시설. 시원한 바다 풍경을 즐기며 수영장 물에 풍덩 빠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의 특징은 직접 운전하거나 대중 교통을 타고 관광지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숙소를 고르거나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갑판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깅을 하고, 밤에는 달과 별을 구경하기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선상 야외 수영장에서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물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크루즈 여행은 부모님 환갑이나 칠순을 맞아 형제 자매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있고, 동창회와 향우회, 동호회원들끼리 온 단체 여행객들이 많았다. 세 형제가 부양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온 김현수 씨(52)는 “가족끼리 여행을 해봤어도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배를 타고 여유롭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묘미”라고 말했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정찬 레스토랑.
바다가 바라보이는 정찬 레스토랑.
11만4500t급의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는 전장이 289.6m로 최대 3617명의 승객에 약 1200명의 스태프를 포함하면 최대 480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대극장과 카지노, 면세점, 마사지숍, 8개의 수영장과 자쿠지, 8개의 레스토랑과 스낵바, 10개의 바와 라운지가 있는 거대한 리조트다.

크루즈선 안에서 즐기는 대극장 공연.
크루즈선 안에서 즐기는 대극장 공연.
승객들이 기항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 선내에서는 멋진 하이라이트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와인 한잔을 곁들인 저녁을 먹을 즈음 배는 출항을 시작하는데, 다음 날 새로운 기항지 관광 도시로 밤새 이동하기 위해서다. 배가 항구를 벗어나면서 면세점과 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인 오후 8시 반에는 3, 4, 5층에 걸쳐 있는 대극장에서 화려한 뮤지컬, 서커스, 마술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선내 곳곳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도 파티가 이어진다. 남성들은 여전히 아웃도어 차림이 많은 반면에 여성들은 대부분 파티용 드레스를 챙겨 와 갈아입고 나온 모습이 놀라웠다. 그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온 라틴댄스 동호회 회원들. 이들은 필리핀 악단이 직접 연주하는 탱고, 바차타, 왈츠 음악에 맞춰 날아갈 듯 춤을 추었다. 10여 년 전부터 동호회원들과 함께 아시아뿐 아니라 지중해, 알래스카, 멕시코 등 크루즈 여행을 주최해온 임상용 씨는 “크루즈선에서 춤을 추는 것은 라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로망”이라며 “취미로 댄스를 배우던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선상 무대에서 춤을 추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말했다.

크루즈선의 바다 전망 객실 내부.
크루즈선의 바다 전망 객실 내부.
선상의 다른 쪽 무대에서는 부산의 노래강사가 이끌고 온 동호회원 40∼50명의 노래자랑 대회가 열렸다. 그런가 하면 한쪽 테이블에는 ‘타로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타로 동호회원들이 승객들에게 1만 원을 받고 상담을 해주며 함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이 밖에도 크루즈선에는 건강강좌와 요가클래스, 부동산 투자, 어린이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선내에서 오늘 어떤 파티와 공연, 강좌가 열리는지 알기 위해선 매일 아침 객실 문 앞에 꽂히는 ‘크루즈 신문’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크루즈선 사우나의 휴식 공간.
크루즈선 사우나의 휴식 공간.
유리창을 통해 하늘이 보이는 사우나 풀.
유리창을 통해 하늘이 보이는 사우나 풀.
크루즈선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을 꼽는다면? 단연 사우나였다. 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타일이 붙어 있는 릴랙스 의자에 누워 사우나를 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2개 층에 있는 사우나는 일본식, 중국풍 사우나, 핀란드식 습식사우나, 자쿠지 풀까지 다양하다. 마사지는 1회에 200달러 가까이 하지만, 사흘간 사우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는 99달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피로를 풀 수 있고, 바다가 보이는 넓은 카페 같은 공간에서 여유 있게 차를 마시는 것은 크루즈 여행 최고의 힐링 순간이었다.

● 크루즈 승객들에 대한 열렬한 환영
부산항에서 출발한 크루즈선은 일본의 나가사키와 구마모토에서 각각 하루씩 기항지 관광을 한다. 나가사키는 1571년에 포르투갈선이 입항했던 항구로, 쇄국정책을 펼치던 에도시대 때 유일하게 해외에 개방한 도시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서양인들의 주거지였던 글로버가든, 유황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운젠지옥계곡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구마모토에서는 가토 기요마사의 성으로도 유명한 구마모토성이 관광 포인트다.

나가사키 항구에서 크루즈선 승객들을 환영하는 일본 연주자들.
나가사키 항구에서 크루즈선 승객들을 환영하는 일본 연주자들.
그런데 항구에서 승하선을 할 때 일본 현지인들의 열띤 환영·환송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나가사키 항구에 내릴 땐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전통 의상을 입은 연주자들이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며 환영의 음악을 연주하더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악단이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다음 날 구마모토에 기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승하선 시 구마모토시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곰돌이 ‘구마몬’ 인형과 깃발을 흔드는 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20여 명의 관악 오케스트라가 “뿜뿜∼ 빵빵∼” 환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크루즈선이 기항하는 일본의 지자체와 항구도시 주민들은 왜 승객들을 극진히 환대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크루즈의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크루즈선 1대가 기항지에 입항하면 2000∼3000여 명의 승객이 동시에 내려 식사와 쇼핑 등으로 돈을 쓰고 간다. 이는 200여 명이 탑승하는 대형 비행기 10대에 맞먹는 효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들이 기항지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1인당 평균 700달러(약 90만 원) 이상이다. 이는 비행기 등 다른 여행수단을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이뿐 아니다. 크루즈선은 기항지 항구에서 정박할 때마다 물과 식자재, 연료를 보충하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막대한 수입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 크루즈선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 인천, 속초, 여수, 제주, 서산 등 6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크루즈 여행 정보
올해 여름과 가을 시즌에는 부산, 속초, 제주 등지에서 일본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가는 다양한 크루즈선이 출발한다.

겨울 시즌에는 따뜻한 홍해 크루즈가 인기다.

11월에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하는 코스다.

항공편으로 카이로로 이동한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체험한 뒤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 여행을시작한다. 요르단의 페트라와 아까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이집트 룩소르 등지를 여행한다. 9만2000t 규모에 길이가 290m에 이르는‘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출발은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문의는 크루즈여행닷컴.
#크루즈 여행#거대한 리조트#화려한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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