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관 연주계의 젊은 대표주자인 플루티스트 조성현(32·연세대 교수)과 오보이스트 함경(30·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종신 수석)이 명문 음반 레이블인 데카에서 듀오 음반 ‘바흐’를 내놓았다. 대(大) 바흐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와 그의 아들들인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1710∼1784),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1714∼1788)의 플루트와 오보에 작품들을 담았다.
조성현과 함경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목관5중주단 바이츠 퀸텟의 창단 멤버로 2015년 덴마크 칼 닐센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준우승에 올랐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단원을 지낸 점도 같다.
음반 프로그램북에 실린 작곡가 손일훈과의 인터뷰에서 조성현은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의 ‘여섯 개의 이중주’가 앨범의 토대가 됐다고 소개했다. “프리데만의 음악은 아버지와 다른 여러 개성이 묻어나면서 다양한 색채감과 화려함이 담겨 있죠. 즉흥적, 열정적, 독창적, 역동적 등 여러 수식어가 빠짐없이 어울리는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본디 플루트 두 대를 위한 소나타이지만 플루티스트 볼프강 슐츠와 오보이스트 한스외르크 셸렌베르거가 합주한 음반을 듣고 함경과 함께 플루트와 오보에의 이중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그는 밝혔다.
프리데만의 이중주 외에는 조성현이 연주한 대(大) 바흐의 플루트 솔로를 위한 파르티타 BWV 1013과 함경이 연주한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소나타 A단조가 실렸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소나타는 원곡이 플루트 곡이지만 오보에로 연주했다. 함경은 “바흐 가족 중에서 이 작곡가의 음악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바로크 음악과 고전주의 음악 사이에서 파격적이고 개성적인 음악을 펼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마법 같은 음악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치 말하는 듯한 느낌을 살리려 했습니다.”
자연스럽고 말하는 듯하다는 점은 두 사람의 연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색감이기도 하다. 억지로 풍요한 음색을 지어내려 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억양을 살려낸다. 목가적(牧歌的)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두 사람은 음반 발매에 앞서 5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흐 가문의 작품 외에 비발디와 헨델 등의 목관 작품으로 듀오 리사이틀을 선보인 바 있다. 함경은 8월 10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니스트 문재원과 함께 ‘아름다운 목요일’ 공연을 갖는다. 바흐 플루트 소나타 BWV 1035 오보에 편곡판과 현역 스위스 작곡가 다니엘 슈나이더의 오보에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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