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광장서적, 24년만에 문닫아
대전 계룡문고는 임차료 밀려
“지역화폐 지원 줄며 손님도 줄어
코로나때보다 되레 매출 더 떨어져”
“빚이 8억 원 있습니다. 대출 이자는 오르고 매출은 떨어져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강원 춘천시 광장서적의 송규철 대표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9년 문을 연 광장서적은 경영 악화로 24년 만인 이달 3일 폐업했다. 광장서적은 지상 1, 2층 합쳐 430㎡ 규모로 춘천시 오프라인 도서 유통의 60%를 담당하는 지역 대형 서점이었다. 송 대표는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에도 작가와 독자의 만남 등 지역 사랑방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서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저조한 매출이 나아지지 않아 고민 끝에 폐업했다”고 했다.
최근 지역 중대형 서점들이 연달아 문을 닫고 있다. 춘천시에선 올해 5월 춘천문고 만천점도 폐업했다. 춘천시에 남은 330㎡(약 100평) 이상 규모의 서점은 춘천문고 본점, 청년서점 단 2곳뿐이다. 1986년 문을 연 경기 수원시 교문서적은 아주대 학생들이 자주 찾는 대학가 서점이었지만 이달 30일 폐업한다. 1982년 문을 연 울산 남구 영광서림 역시 지난해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에 폐업했다.
1966년 문을 연 대전 중구 계룡문고 역시 임차료가 밀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점 측은 “지난달 건물주로부터 임차료 인상을 통보받고 폐점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대전은 앞서 대훈서적과 문경서적 등이 폐업해 지역 기반의 대형 서점으로 남은 것은 계룡문고뿐이다.
지역 서점의 잇따른 폐업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전국 유통망을 가진 대형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탓으로 풀이된다. G마켓과 쿠팡 같은 유통업체가 올 들어 유료회원이 책을 1권만 사도 무료 배송해주는 정책을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지역 화폐 발행 규모와 할인 혜택이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코로나19가 극심할 때엔 오프라인 서점에서 지역 화폐로 책을 사면 최대 20%를 할인 또는 적립받을 수 있었다. 계룡문고의 이동선 대표는 “지역 화폐 지원 규모가 줄면서 손님도 줄었다. 코로나19가 심각할 때보다 오히려 매출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출판계는 지역 서점 살리기에 나섰다. 경기도는 지역 서점 이용객이 지역 화폐로 결제할 경우 결제 금액의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지난달 시작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운영비 100만 원을 지원하는 ‘우리동네 문화서점’에 참가할 지역 서점을 이달 10일부터 모집하고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오프라인 서점만이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매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 속초시 동아서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추천하는 책과 서점에서 연 행사 등을 올리며 독자들과 친밀도를 높여 인기를 끄는 것처럼 온라인 마케팅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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