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아름답게, 좀 더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심미성과 편의를 높인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우리의 주거 공간은 어떻게 변화할까.
올해 4월 총 2000여 개 브랜드와 디자이너 5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엔데믹 후 디자인 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던 현장에는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함께했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려 오랜 팬데믹으로 인해 억눌려 있던 일상을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크게 실내 전시인 ‘국제 가구 박람회’와 장외 브랜드 전시인 ‘푸오리살로네’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장을 달군 몇 가지 주제를 소개한다.
디자인, 나아가거나 머물거나 돌아가거나
‘밀라노 디자인 위크’ 세 키워드 인공지능 디자이너 친환경 원료 자연 반영한 인테리어
인공지능
가장 먼저 눈에 띈 트렌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자인이다. 지난해 말 챗GPT가 등장한 이래 생성형 AI는 디자인계에도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밀라노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한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AI디자이너가 제작에 참여한 의자, 벽지 겸 카펫 등 다양한 제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들까지 기술 친화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추구해 디자인 혁신에 나선 것이다. 아직 AI 기술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단계임에도 이미 AI는 굉장한 속도로 디자인·설계 작업을 처리하고 있다. 향후 다각적이면서도 빠른 기술 발전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은 동시대의 디자인을 한 차원 끌어올릴 것이다.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메가 트렌드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두 가지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물·전기·난방에 필요한 각종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안하는 디자인이다. 전 세계적 경기 불황 속에서 에너지 절감을 내세우는 제품들은 실제 지출을 줄이면서도 친환경적이기까지 해 인기를 끌고 있다.
두 번째는 자원의 순환을 강조한 모습이다. 자원순환은 많은 브랜드에서 제품 개발을 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항목이다.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다 사용된 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들은 순환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생 플라스틱,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 등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새로운 소재와 기존 가구를 버리는 대신 해체, 확장해 재활용하는 다양한 솔루션이 소개됐다.
대자연
팬데믹 기간 느꼈던 대자연에 대한 갈망은 엔데믹 이후에 오히려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존 공간 디자인과 인테리어에선 숲이나 정원을 구성하는 플랜테리어, 식물을 활용한 바이오필릭 등을 통해 자연을 표현했다. 하지만 올해 밀라노에서는 마치 대자연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압도감이 전해지는 전시가 돋보였다.
특히 올해의 퓨오리살로네 어워드를 수상한 석재 브랜드 ‘솔리드 네이처’는 천연석의 적층 무늬를 활용해 비현실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형태의 자연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자연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인테리어 자재들은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공간에 적용돼 강렬하면서도 대담한 인상을 준다.
국내외 가구 및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창의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우리 일상 속에 빠르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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