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픔의 삼각형’ 호평이어
젠더 풍자 ‘바비’도 꾸준한 인기
“다양성 인정 분위기 확산이 한몫”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희극인 블랙코미디 작품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서구에선 다양한 장르에서 블랙코미디가 사랑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블랙코미디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영화 ‘바비’는 무지한 바비와 켄을 통해 부당한 현실을 우스꽝스럽게 비춘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지난달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는 젠더 이슈를 적나라하면서도 적절한 위트로 웃음을 터지게 해 관객 수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팬덤을 다지는 중이다. 비인간적 몸매를 자랑하던 주인공 바비에게 어느날 허벅지 셀룰라이트라는 ‘대재앙’이 닥친다. 문제를 해결하러 현실 세계로 모험을 떠난 바비는 “소녀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던 바비 인형 홍보 문구와 달리 본사 ‘마텔’에 남자 임원만 가득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현 세태를 꼬집고(위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현대인 내면의 분노를 조명한다. 그린나래미디어·넷플릭스 제공올해 5월 개봉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 ‘슬픔의 삼각형’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계층과 인종, 외모 권력에 따른 불평등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초호화 크루즈선에 탑승한 노부부는 “세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업을 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사업의 주력 상품은 다름 아닌 수류탄이다. 지난해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스웨덴 출신 감독의 영화지만 5만6000명 넘게 관람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중에서도 블랙코미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4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사소한 갈등이 치열한 복수극으로 비화하는 과정을 ‘웃프게’ 그렸다. 현대인의 비틀린 분노와 이민자의 아픈 현실을 꼬집으며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팀 버턴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는 냉소적 유머를 통해 ‘별종’이란 낙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다는 평가를 국내에서도 받았다.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 시즌4’의 코너 중 하나인 ‘MZ오피스’, 중소기업의 열악한 처우를 실감 나게 꼬집은 왓챠 드라마 ‘좋좋소’ 등 현대사회의 면면을 풍자하는 콘텐츠가 MZ세대(밀레니엄+Z세대)를 중심으로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블랙코미디에 대한 호응은 콘텐츠를 즐기는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는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해 블랙코미디가 자리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꼬집은 통쾌함이 공감을 얻고,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다 콘텐츠 플랫폼도 다양해지면서 블랙코미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홍수정 영화평론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비꼬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면서 블랙코미디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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