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유물 위에 스크린을 띄워 각석에 새겨진 별자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시원한 박물관으로 ‘박캉스(박물관+바캉스)’를 떠나 보면 어떨까. 주요 국립박물관장들로부터 올여름 볼만한 박물관 전시 3개를 추천받았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10월 2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아주 특별한 순간―그림으로 남기다’를 권했다. 윤 관장은 “가족, 연인과 함께 우리의 특별한 순간을 곱씹어볼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조선 후기 문인화가 강세황(1713∼1791)의 ‘피금정도(披襟亭圖)’는 회양부사로 부임하는 아들을 배웅하는 길에 함께한 추억을 그린 작품이다. 휴전선 이북 강원 금성에 있는 피금정 풍경을 그린 이 작품엔 애틋한 부성애가 깃들어 있다. 이 밖에도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사 채용신(1850∼1941)의 ‘평생도’ 등 삶의 뜻깊은 순간을 기록한 회화 83점을 볼 수 있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민속박물관 파주관에서 이달 20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하피첩: 아버지 정약용의 마음을 담은 글’을 추천했다.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10년 두 아들에게 전한 글을 엮은 ‘하피첩’(보물) 원본을 공개하는 전시다. 부인이 보낸 치마를 잘라 만든 서첩엔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당부가 가득하다. 김 관장은 “가족에게 평소 못 한 말이 있다면 전시를 보며 나누길 바란다”고 했다.
윤태정 국립고궁박물관장 직무대리는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내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에서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각석’을 만나 보길 권했다. 1467개 별과 295개 별자리를 새긴 유물 위에 설치된 원형 모양의 디지털 스크린에 밤하늘 별들이 빼곡히 떠오르게 한 연출이 돋보인다. 윤 관장 직무대리는 “조선의 밤하늘에 떠오른 별자리를 재현한 실감 전시를 보며 무더위를 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 전시는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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