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시작때 단원들 눈빛보고 직감
예전엔 테크닉-정확성 중시했지만
래틀 경 통해 감정의 중요성 깨달아”
“결선 무대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어요. 젊은 지휘자로서는 감히 넘보기 어려운 무대죠.”
6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열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 우승자 윤한결 씨(29)는 “수상보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좋은 연주를 남겨 드리려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멘델스존 교향곡 3번을 지휘하기 시작했을 때 오케스트라의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 ‘오늘 연주 잘 되겠다’는 직감이 왔다. 연주가 끝난 뒤 카라얀협회의 마티아스 뢰더 대표께서 ‘이 단원들을 수없이 봤지만 눈빛을 보니 결과는 이미 나왔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웃었다.
전설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기리는 카라얀협회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주최하는 이 콩쿠르는 젊은 스타 지휘자를 여럿 배출해 왔다. 앞선 우승자로 네덜란드 국립오페라단 상임지휘자 로렌조 비오티(2015년), 스페인 국립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다비트 아프캄(2010년) 등이 있다. 우승자는 1만5000유로(약 2150만 원)의 상금과 다음 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할 기회를 얻는다.
이번 우승은 “독일에서 지휘를 공부하는 아내의 따끔한 조언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의 덕”이라고 했다. 윤 씨는 래틀 경이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의 2022∼23년 시즌 유럽 투어에 부지휘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11월엔 래틀 경과 정명훈, 첼리스트 요요마 등이 속한 기획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예전엔 테크닉이 수려하고 정확한 지휘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을 통해 테크닉 너머의 감정을 연주자들로부터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죠. 감사하게도 유럽 투어 동안 래틀 경이 단순 보조가 아닌 ‘진짜 지휘’를 시켜주셨어요. 그때 많이 보고 배웠죠.”
이날 대회 결선 무대에서 윤 씨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가단조 ‘스코틀랜드’ 등 총 4곡을 지휘했다. 신동훈의 체임버 오케스트라곡 ‘쥐와 인간의’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은 직접 골랐고, 모차르트의 아리아 ‘오, 그대 온화한 별이여’는 지정곡으로 지휘했다.
독일 뮌헨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한 윤 씨는 2019년 세계적 음악 축제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의 지휘 부문에서 최연소로 1등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2019∼2021년 독일 노이브란덴부르크 극장·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는 “언젠가 BRSO와 호흡을 맞춰 보는 게 꿈이다. 마리스 얀손스(1943∼2019)가 지휘한 BRSO의 공연을 보고 지휘를 꿈꾸게 됐기 때문”이라며 “오케스트라의 일부로서 손발을 맞추며 최고의 연주를 안겨 줄 수 있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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