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은 기존 역사를 재현하고 복원할 뿐 아니라 역사가들이 찾지 못한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곤 한다. 누군가는 이를 그럴듯한 거짓말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문학의 의미는 상상력에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개정 출간된 이수정 작가의 장편소설 ‘곡옥’(전 2권·수정샘물)은 대가야 멸망사의 빈 공간을 채운 작품이다. 대가야는 금관가야가 491년에 신라에 투항하고, 가야 연맹체의 주체가 되면서 기운다. 역사는 이사부와 사다함의 공격으로 대가야가 끝났다고 보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당시 대가야의 문화였던 순장, 새로운 문명, 불교의 도래가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허구적인 상상을 내놓는다.
특히 소설의 주인공 ‘곡옥’은 대가야 7·8대 왕의 부인으로 순장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삼았던 허구의 인물로 당시 신문물이던 불교에 저항한다. 소설은 ‘곡옥’을 대가야를 마지막까지 수호한 왕비이자 여왕으로 묘사하며 서사를 끌고 간다. 개인의 내밀한 심리를 허구의 역사적 상상력과 결부시킨 솜씨도 만만치 않다. 1∼6세기 한반도 남부에 세력을 형성했던 가야의 고분군이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는 만큼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관심을 기울일만하다.
이 작가는 “그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를 내려놓으려고 한다. 아마도 ‘곡옥’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고 했다. 한국소설작가상 수상작. 각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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