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강낭콩과 토마토, 양파, 마늘, 올리브유, 물, 소금, 후추. 시리아의 토마토 스튜 ‘파술리야’에 들어가는 재료다. 한국의 된장찌개 격인 이 요리는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지중해 주변 국가에서는 다 즐겨 먹는다.
근래엔 독일 등 중부 유럽의 식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내전을 피해 정착한 시리아 난민이 식당을 차려 메뉴에 올렸기 때문. 음식은 시리아 출신 난민 여성이 상품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이다. 유럽에선 난민의 전통음식을 먹고, 이를 통해 난민과 교류하며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유로메나는 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Middle East·North Africa)를 의미하는 메나(MENA)를 합친 말이다. 통합유럽연구회와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의 기획으로 유로메나의 각종 음식에 관련된 인문학을 풀어낸 책이다.
갈등이 끊이지 않는 아랍과 이스라엘은 음식을 두고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훔무스’는 병아리콩 또는 이 콩으로 만든 소스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서로 ‘훔무스 원조’라고 주장하기 위해 2008∼2015년 ‘가장 큰 훔무스 요리’ 기네스 기록 경쟁을 벌였다.
아랍 국가들은 훔무스가 이스라엘 수립 훨씬 전부터 아랍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유대교 율법서 토라에 훔무스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걸 근거로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훔무스를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교류와 갈등의 역사가 음식을 매개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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