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맞게 유전자 변화시키며, 뛰어난 적응력으로 자연선택 극복
기후변화 등 변수 다양해진 미래… 적응하기 좋은 환경 위한 노력을
◇창조적 유전자: 풍요가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에드윈 게일 지음·노승영 옮김/484쪽·2만5000원·문학동네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1877∼1927)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나드 쇼(1856∼1950)에게 말했다. “선생님의 머리와 제 외모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이에 쇼가 말했다. “내 얼굴과 당신 머리를 닮는다면?”
웃고 넘어가면 그만인 에피소드다. 하지만 뭔가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우리 대부분도 덩컨처럼 ‘남보다 더 뛰어난 아이’를 낳기 위해 배우자를 고르는 데 열성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아이가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아닌 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당뇨병을 연구하던 의사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물음을 던진 책이다. ‘우리는 어떻게 변해왔고, 또 어떻게 변할까’라는…. 저자는 당뇨병의 빠른 증가가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당뇨병 자체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인간의 몸이 과잉 섭취 등 주어진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는 우리를 빚어내지만, 불변의 청사진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프로그램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착안해 자연선택에서 벗어난 인류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세포가 만들어 낸 산물이지만 세포 또한 우리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생명은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하며 그 세포가 200여 가지 전문화된 변이형으로 분화한다. 이 딸세포들은 환경의 단서에 반응하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라고 죽는다.”(15장 ‘죽어가는 짐승에 옭매여’ 중)
우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현재까지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해 온 인류의 모습을 알고 있다. 그러면 미래에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자연 생태적 변화에서 인공지능(AI) 등 과학적 변화, 약물 남용과 영양과잉으로 인한 비만 등 각종 질병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 할 요인들은 100여 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넘쳐나고, 또 빠르게 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닌 변화에 가장 잘 대처하는 종”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유사 이래 어느 때보다도 신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오래 살고 있으며, 이는 인간으로 인해 변화된 세상에 새롭게 적응한 결과라고 말한다. 상당히 낙관적인 결론인데,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것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의식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자신의 결론에 살짝 여지를 뒀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잘 적응할 수 있다’가 아니라 적응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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