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5)가 쟁쟁한 ‘별’들을 제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로 내정됐다.
14일 대한체육회는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제2차 원로회의를 열고 내년 파리 올림픽 기간 진행될 새 IOC 선수위원 선출 투표에 출마할 국내 후보자로 박인비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오는 16∼17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면 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로 확정된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평가위원회를 진행했는데 박인비가 만장일치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비는 평가위원회 비공개 면접 당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건 선수위원을 향한 꿈 때문”이라며 “올림픽 정신으로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이제 그 정신을 세계에 알리며 ‘올림픽 무브먼트’(올림픽 운동)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골프는 대중적 인기 스포츠다. 인기 종목이 주는 장점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도쿄 올림픽 때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파우 가솔이 선수위원 투표 1위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열심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해 왔다”며 “유승민 현 선수위원님이 선거 때 450㎞를 걷고 체중이 6㎏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500㎞를 걸어서 10㎏ 감량하는 걸 목표로 해보겠다”고 재치 있게 각오를 전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박인비와 같이 면접에 나선 후보자들은 진종오(44·사격), 김연경(35·배구), 이대훈(31·태권도), 김소영(31·배드민턴)이다. 애초 양궁 국가대표 오진혁(42)도 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전지훈련에 참가하느라 면접에 참석하지 않아 기권 처리됐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1승을 거두고 역대 누적 상금 4위(1826만 달러)에 이름을 올렸으며 4대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그는 여자 골프가 116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리우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어 최초의 ‘골든슬램’ 주인공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생활해 영어 실력이 뛰어나 이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IOC 선수위원이 되려면 IOC 공식 언어인 영어와 프랑스어 중 하나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다.
IOC 선수위원에는 직전 올림픽에 출전했거나 선거가 열리는 올림픽에 현역 선수로 참가하는 선수만 출마할 수 있다. IOC는 내년 파리 올림픽 기간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임기 8년의 새로운 선수위원 4명을 선출한다.
선수위원은 IOC와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스포츠 외교관’이다. IOC 위원과 동등한 권한이 있어 스포츠 외교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다.
역대 한국 출신 IOC 선수위원은 2명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처음으로 선출됐고,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2016년 리우 올림픽 기간 뽑혀 곧 8년의 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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