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세계명상마을 선원장 각산 스님
멍때리기도 잡념 없애는 데 도움… ‘하는 명상’ 아닌 ‘되는 명상’ 중요
“진짜 명상은 삼매경 느끼는 것, 바른 지혜 얻고 대상 올바르게 파악
마음 면역력 만드는 게 명상 목표”
왜들 이렇게 가슴속에 ‘화’가 가득 찬 것일까.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던 사람이 잡혔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나온다. 취업난에, 생활고에 안 그래도 마음이 무거운 시대에 범죄까지…. 그래서일까.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명상 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북 문경세계명상마을(대한불교조계종)에서 20일 만난 선원장 각산 스님은 “지난해 4월 개원 후 3만여 명이 다녀갔다”며 “25일 열리는 제2회 청년명상힐링캠프는 공지하자마자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명상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화’가 가득 차 있지 않습니까? 지치고 힘들고…. 마음이 무거운 것이지요. 당일 체험부터 3박 4일, 7박 8일 등 여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마감될 정도로 많이들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명상힐링캠프도 지난해 100명, 올해 150명인데 내년에는 1000명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제대로 된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요. 일종의 ‘멍 때리기’ 입니까.
“하하하, 그것도 명상의 한 종류이기는 하지요. ‘멍 때리기’도 끊이지 않는 잡념,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심박수도 내려가고요. 이곳에서는 7일 코스를 예로 들면 저는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 이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단 쉬라고 합니다. 산책하든, 책을 보든, 잠을 자든 뭐든지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물결이 세차게 치면 그 안에 황금 잉어가 있어도 보일 리가 있겠습니까? 먼저 내 마음에 이는 물결부터 가라앉혀야죠. 지금까지 막 뛰면서 숨 가쁘게 살아왔잖아요. 숨이 차는데 오자마자 앉아서 눈을 감는다고 명상이 될 리가 없지요. 그래서 먼저 쉬라고 합니다. 쉬기만 해도 많이들 나아져요. 긴장이 풀리니까요. 중요한 건 ‘하는 명상’이 아니라 ‘되는 명상’이거든요.”
―‘되는 명상’이 무슨 의미인지요.
“삼매경(三昧境)이라고 들어봤지요? 잡념을 벗어나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하지요. 삼매경에 빠지면 1, 2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한두 시간이 훌쩍 넘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걸 느끼는 게 진짜 명상이지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안 되면 그렇게 많이 올 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요. 7일 체험 정도를 하면 참가자의 절반 정도가 느끼고 갑니다.”
―문경에 명상마을이 자리 잡은 이유가 있습니까.
“바로 옆에 희양산 봉암사가 있습니다.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때(879년) 지증대사 도헌 스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지요. 광복 직후 극심한 사회 혼란 속에서 성철 청담 자운 우봉 스님 등이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라며 수행 정진을 한 곳이고요. 이때 세운 추상같은 법도가 오늘날 수행의 근간이 됐습니다. 희양산 봉암사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오직 수행만을 위한 곳입니다. 그런 정신을 상징하고 있지요.”
―명상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제대로 배운 뒤라면 괜찮지요. 처음에 명상마을에 들어오면 휴대전화를 모두 사무국에 맡기게 합니다. 개인이 소지하게 하면 무의식적으로 계속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그러면 명상이 안 되지요. 그래서 도반(道伴·함께 불도를 수행하는 벗)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함께 욕망과 습관을 제어하는 것이죠. 집에서 서랍 속에 휴대전화를 넣어놓은들 혼자서 참아지겠습니까. 삼매경은 참선과 이어지고, 삼매경에 빠지면 바른 지혜를 얻고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겨도 문제로만 볼 뿐, 내 것으로 가져오지 않으니 마음 고통이 오래가지 않지요. 마음에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고요. 이것이 우리가 명상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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