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사랑받는 레미제라블-오페라의 유령 등 새로 만든 넘버 넣어 재미 더해
히치콕 감독 흑백영화 ‘레베카’
뮤지컬 무대엔 강렬한 색 입혀… 스토리 이끄는 주인공도 바꿔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뮤지컬 대작들이 올해 잇달아 공연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원작 소설을 토대로 재구성하고, 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모았다. 원작 소설, 영화와 다른 뮤지컬만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 바리케이드 전투 전 청년들 독려하는 장발장, 소설엔 없어
1885년 영국 웨스트앤드에서 초연된 후 53개국에서 약 1억3000만 명이 관람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동명 소설의 서사를 따른다. 국내에서 공연되는 건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10, 11월 공연한 뒤 11월 30일부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로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원작이 프랑스의 사회상과 종교, 낭만 등을 다룬 대하소설이어서 시간 제한이 있는 뮤지컬에서는 주인공 장발장과 자베르의 대립을 중심축으로 각색했다. 김영인 레미제라블 협력프로듀서는 “장발장과 자베르의 성격과 서사가 보다 확실하게 드러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바리케이드 전투를 앞두고 장발장이 마리우스와 젊은 청년들을 위해 넘버 ‘Bring him home’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설에는 바리케이드 전투 전 청년들을 독려하는 내용이 없다.
‘레미제라블’은 2012년 국내 관객 594만 명을 모은 휴 잭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뮤지컬과 영화의 넘버 구성은 거의 동일하지만 각각 서로 다른 한 곡씩 추가돼 있다. 공연 후반부 장발장이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구로 탈출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넘버 ‘Dog eats dog’는 영화에선 생략됐다. 영화에서 장발장이 테나르디에 부부로부터 어린 코제트를 구하고 떠나는 장면에서 부르는 ‘Suddenly’는 영화를 위해 추가된 넘버다.
● 추리소설 로맨스로 바꾼 ‘오페라의 유령’
11월 17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시 동명 원작 소설 원작과 영화 모두 유명하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은 1910년 출간됐다. 뮤지컬은 1988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에서 1억6000만 명이 관람했다. 소설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벌어진 무명의 오페라 여가수 크리스틴 다에의 실종사건을 쫓는 추리물이다. 이에 비해 뮤지컬은 유령과 크리스틴, 라울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 장르다. ‘All I Ask of You’ ‘The Music of the Night’ 등 넘버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에선 유령에게 ‘에릭’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뮤지컬에선 이름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는 “유령의 카리스마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유령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다”고 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영화(2004년)는 줄거리와 넘버는 흡사하지만 뮤지컬엔 없는 넘버 1곡이 추가됐다. 엔딩 크레디트까지 기다리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Learn to Be Lonely’를 들어 볼 수 있다.
● 댄버스 부인의 카리스마 부각한 ‘레베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19일부터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게 첫 아카데미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동명 흑백 영화(1940년)로 유명하다. 원작은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9년에 발표한 동명 미스터리 소설이다. 뮤지컬에선 핏빛 붉은색과 보라색을 강조한 무대와 의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소설과 영화 모두 두 번째 드 윈터 부인인 ‘나’의 시선을 따라간다. 뮤지컬에서도 ‘나’가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기괴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댄버스 부인의 존재가 단연 부각됐다. 댄버스 부인은 배우 옥주현과 신영숙, 리사, 장은아가 번갈아 연기한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는 “댄버스 부인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캐릭터”라며 “오케스트라 선율은 으스스함을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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