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成작품 140여점 전시, ‘사진매체로 풀어낸 개념미술’ 해석
현대미술관, 金작품 290여점 선보여
정해진 모든 개념 거부가 작품세계
내달초 뉴욕 ‘韓 실험…’ 展에 출품
“이번 전시가 제 생애 상업화랑 세 번째 전시입니다. 퍼포먼스는 내일 하는 줄 알았는데…. 임기응변으로 해보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22일 만난 한국의 1세대 실험미술가 성능경 작가(79)의 말이다. 이곳에서 23일부터 개인전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이 열렸다. 기자들이 많이 와 쑥스럽다던 작가는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가르쳐준 스트레칭”이라며 갤러리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더니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24일에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구림 작가(87)의 개인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6월에도 이곳 미술관 로비에서 ‘생성에서 소멸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작가는 1950년대 후반 평면 추상부터 신작까지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25일부터 개최한다.
두 작가는 다음 달 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 작품을 출품한다. 전시는 구겐하임미술관이 12년 만에 여는 한국 미술 특별전이다.
● 사진과 신문으로 풀어낸 개념미술
갤러리현대 전시는 성능경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 140여 점을 선정해 미니 회고전 형식으로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권영숙 갤러리현대 디렉터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이 실험미술 기획전을 위해 자료 수집에 나서는 과정에서 성 작가를 제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지난해 9월부터 준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성 작가의 작업을 ‘사진 매체로 풀어낸 개념 미술’이라고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970년대 작가가 직접 주인공이 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이를 기록한 ‘수축과 팽창’(1976년), ‘검지’(1976년)가 관객을 맞이한다.
그 다음으로 1980년대 신문 보도 사진을 재편집하고 이를 전시 공간에 맞춰 이어 붙여 설치한 ‘현장’ 연작이 두 개 벽면을 차지한다. 1979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제5회 서울 현대 미술제’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신문 보도 사진을 접사로 촬영한 다음 먹과 세필로 드로잉을 그려 넣었다. 작가는 “신문 편집자가 제시하는 사진 해석을 무효화하고 재해석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성 작가의 작업에서 꾸준히 중요한 매체로 사용돼 왔다. 1976년 전시장에서 매일 신문을 읽은 다음, 읽은 부분을 오려냈던 퍼포먼스 ‘신문 읽기’를 9월 6일 외국인 100명과 함께 재현할 예정이다. 10월 8일까지. 무료.
● 정해진 모든 것 거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김구림’전에서는 초기 추상 작품부터 신작 ‘음과 양: 자동차’, 비디오 조각 작품인 ‘음과 양’까지 작품 230여 점과 기록 60여 점을 선보인다. 얼음이 녹는 과정을 작품으로 활용한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년)와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음과 양’ 시리즈로 정해진 모든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 그의 작업 세계임을 엿볼 수 있다.
다만 김구림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970년대 미술관 건물 일부를 광목천으로 묶었던 ‘현상에서 흔적으로’ 작품을 재현하려 했는데, 미술관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돌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1과장은 “미술관이 등록문화재 제375호로 지정돼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데 처음 작품이 언급된 것이 6월 20일이라 시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2000∼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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