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철 살다 가는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장자’에 나오는 말로,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 아는 체해선 안 된다는 속뜻이 있다. 가장 친밀한 가족 역시 내가 겪지 못한 인생을 사는 타인이다. 무심히 건넨 ‘잘되라고 하는 소리’가 상처를 줄 때가 많다. 저자는 이 글귀를 인용하며 세상의 부모들에게 “나의 경험치가 세상 전부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인 저자(전 한국고전번역원장)는 현재 서울 강남구 중동고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21년 교장 부임 후 자신의 아이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는 부모들을 만나며 이들에게 하고 싶은 제언을 책으로 펴냈다. ‘중용’ ‘논어’ ‘한비자’ 등 고전에서 명구를 빌려왔다. 고전을 빌려 섣불리 가르치려 들기보단 저자가 보고 느낀 소회를 담담히 밝히며 독자의 마음을 다독인다.
책은 “아이의 장래를 위해 다그치지만, 아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냉철하게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았다”며 조급해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줄 것을 꾸준히 강조한다. 학부모들에게 전하는 글로 이뤄진 1∼3부 이후 마지막 4부에선 학생들에게도 ‘쉼표’를 제안한다. 입시에 얽매여 자신의 그릇에 자꾸 무엇을 담으려기보단 그릇을 넓히는 마음을 가져보자는 것. 저자는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 숲이 우거진 ‘옛길’을 찬찬히 걸으며 삶의 여유와 지혜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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