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새경프라자 3층 ‘나리공방’을 방문했던 이들은 이런 문자를 받았다. 나리공방의 단골손님인 수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자 정부 당국이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연락을 돌린 것이다.
불똥은 곧 나리공방의 주인인 20대 여성 나리에게 튀었다. 손님들은 나리공방에서 운영하는 비누와 양초 만들기 수업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 대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사례라며 언론이 취재를 요청해 온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리는 친구처럼 지내던 수미를 미워하게 된다. 두 사람은 이렇게 멀어지는 걸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던 2020년을 배경으로 나리와 수미의 관계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사실 나리와 수미의 관계가 틀어진 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수미는 코로나19에 확진되기 이틀 전 딸 서하 앞에서 집 안의 물건을 부쉈다. 이를 보고 깜짝 놀란 나리는 서하를 나리공방으로 데려왔다. 나리는 시간이 지나서 서하를 돌려보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어색해진 상태였다.
나리의 마음은 계속 오락가락한다. 오랜 친구를 다시 보고 싶다가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수미의 방문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기에 그가 미워진다. 커피 한 잔 함께 마시면 풀릴 일일지도 모른다. 수미가 코로나19로 격리된 탓에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나리공방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접기로 한다. 사소한 다툼도, 갈등도 서로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뛰어넘지는 못했으니까. 외로움과 사투하느니 다투면서도 함께하는 관계가 두 사람에게 행복을 선사하니까.
코로나19는 우리의 마음에 슬픔과 함께 미움을 남겼다. 다만 이 재앙 덕분에 깨달은 것도 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혼자보단 함께 살아가는 게 낫다는 것 말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따뜻한 문체로 은은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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