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유학생 정인기 내일 독주회
“연주 어렵지만 더 따뜻한 음색
바로크 음악 분위기 제대로 표현”
공연 포스터에 나온 그의 트럼펫은 지금까지 흔히 보던 트럼펫과 다르다. 오른손으로 누르는 세 개의 피스톤 밸브가 없다. 중간 부분만 구부려 둘둘 만 기존의 트럼펫과 달리 몸통 전체가 클립처럼 말려 있다. 벨(소리가 나오는 부분)도 더 작다.
국내 무대에서 보기 힘든 바로크 트럼펫의 매력을 알리는 리사이틀이 열린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29일 열리는 정인기 귀국 바로크 트럼펫 독주회다.
“바로크 트럼펫은 바로크 이전 음악들을 연주하기 적합하게 개발된 트럼펫이죠. 바로크 시대의 ‘내추럴 트럼펫’과 모양이나 음색이 비슷하지만 3, 4개의 구멍이 뚫린 점에서 실제 바로크 시대에 사용된 악기와는 약간 다릅니다.”
트럼페터 정인기(33)의 설명이다.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그는 트럼펫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면서 바로크 트럼펫의 매력을 알게 됐다. 독일 트로싱엔 음대에서 바로크 트럼펫을 배웠고, 이 학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바로크 트럼펫이 개발된 것은 밸브 없는 내추럴 트럼펫의 음정이 정확하지 않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였죠. 현대의 피스톤 트럼펫보다 연주하기 어렵지만 더 둥글고 따뜻한 소리를 냅니다. 바로크 음악 특유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어요.”
기본음도 현대의 트럼펫보다 한 옥타브 낮다. 같은 음역에서 밸브 없이 더 많은 음을 내기 위해서다. 그는 입술을 대는 마우스피스에 바로크 시대와 현대 악기 마우스피스의 특징을 조합해 제작한 것을 쓴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비버의 소나타 C장조와 코베트의 소나타 C장조 등 바로크 트럼펫 연주 외에 베르디의 ‘아다지오’와 고전주의 시대 체코 작곡가인 피알라의 ‘디베르티멘토’를 19세기 악기인 ‘키 트럼펫’으로 연주한다. 정인기는 키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피알라의 곡을 특히 귀 기울여 들어보길 권했다.
“키 트럼펫은 내추럴 트럼펫에서 밸브 트럼펫으로 가는 과도기에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악기죠. 오늘날 보기 드문 이 악기로 낼 수 있는 모든 기교를 다 활용한 곡입니다.”
그는 “국내에 현악기를 비롯한 다른 바로크 악기 연주는 많이 보급됐지만 바로크 금관악기 연주는 드물다. 앞으로 독주와 앙상블 활동을 통해 바로크 트럼펫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주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최현정 등 바로크 현악연주자들과 바로크 건반악기 연주가 최현영이 맡는다. 트럼페터 김낙영이 프란체스키니의 ‘두 대의 트럼펫을 위한 소나타’에, 소프라노 김정인이 갈루피의 ‘명예의 나팔소리에’에 함께 한다. 전석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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