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히어로물 ‘무빙’ 디즈니플러스 드라마서도 돌풍… 원작자 & 각본작가 강풀 인터뷰
드라마 각본 첫 참여… 3년간 작업
재미에 중점 두고 인물 서사 이끌어… 전달 잘 안될땐 그림으로 그리기도
‘원작보다 낫다’엔 웃어야 할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9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석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무빙’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디즈니플러스 시청 1위를 기록했다.
20부작 드라마 ‘무빙’은 웹툰 작가 강풀(49)이 2015년 다음 웹툰에 연재한 동명 인기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웹툰은 ‘한반도에 초능력자가 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한 한국형 히어로물로, 누적 조회 수 2억 뷰를 기록했다. 남한 부모들은 자신의 초능력을 물려받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숨어 살고, 북한 초능력자들이 남한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훔치려고 대결을 벌인다. 드라마는 이달 9일 1∼7회가 공개됐고, 이후 매주 수요일 2회 차가 공개돼 30일 기준 13회까지 소개됐다.
드라마 각본까지 혼자 쓴 강풀 작가를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작품은 앞서 순정만화(2008년), 이웃사람(2012년) 등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각본 작업에 그가 참여한 건 처음이다. 그는 “만화를 그릴 때도 댓글을 잘 안 봤는데 ‘무빙’은 대중의 반응이 궁금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인터넷에 ‘무빙’을 검색한다”고 했다.
‘무빙’은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하늘을 나는 김두식 역에 조인성, 오감이 특히 발달한 이미현 역에 한효주, 뛰어난 회복력을 지닌 장주원 역에 류승룡, 빠른 속도와 힘을 가진 이재만 역을 김성균이 각각 맡았다. 김두식과 이미현의 아들로 둘의 초능력을 모두 물려받은 김봉석 역에는 이정하, 장주원의 딸 장희수에 고윤정, 이재만 아들 이강훈에 김도훈이 캐스팅됐다. 이 둘 역시 부모의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원작에는 없지만 드라마에 새로 나오는 미국인 악역 ‘프랭크’는 류승범이 연기했다. 차태현(전계도 역) 김희원(최일환 역)도 참여했다. 다채로운 ‘생활형’ 초능력이 발휘되면서 할리우드 히어로물 못지 않게 시원함을 선사해 몰입도를 한껏 높인다.
‘무빙’은 강 작가가 10년간 키운 작품이다. 구상 작업에 2년이 걸렸고, 완결 후에는 ‘무빙’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후속작 ‘브릿지’를 그렸다. 드라마 각본 작업은 3년 동안 했다.
그가 직접 드라마 각본을 쓴 이유는 뭘까. 그는 “이전에 제 작품으로 영화 시나리오가 나와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무빙’은 애정이 남달랐다. 만화에선 어쩔 수 없이 덜어내면서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바뀌어 아쉬웠던 부분을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더 재밌게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각본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쇼트폼 같이 짧은, 줄거리만을 보는 시대가 됐는데 제겐 개개인 인물의 서사가 너무 중요하다”며 “인물 서사를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재미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는 “각본에 문어체를 일부 썼는데 리딩 때 배우들이 대사를 읽자 어색했다”며 “대사를 고쳐나갔고, 생각하는 바가 전달이 잘 안될 땐 등장인물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다”고 말했다.
무빙은 매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각 캐릭터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차곡차곡 감정을 잘 쌓아 올렸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는 것. 강 작가는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는 처음 들어봤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강 작가는 배우 캐스팅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프랭크 역에 배우 류승범을 캐스팅하고 싶어 그의 형인 류승완 감독에게 영상통화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다”고 했다.
강 작가는 ‘무빙’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에 초능력을 가진 어린 아들에게 미현(한효주)이 ‘초능력보다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공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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