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프리 철수 리’ 내달 개봉
구명운동 과정-석방후 방황 등 기록
NYT “사법시스템에 대한 기소” 호평
1973년 6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한복판에서 3발의 총성이 났다. 총알은 중국인 갱단 간부의 몸을 관통했다. 살인범으로 지목된 이는 스물한 살의 한인 청년 이철수였다. 사건 현장에 없었던 그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아시아계의 외모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백인 목격자들의 증언 탓에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위험한 교도소에 수감된 이철수는 매일 인종 차별과 신체적 위협을 당하고, 자신을 공격한 백인 수감자에게 맞서다가 그를 죽이고 만다. 끝내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사형 선고까지 받는다. 재미 한인과 아시아계 사회는 그의 첫 수감부터가 인종 차별에 의한 오심이었다며 구명 운동을 벌인다.
1970, 80년대 실화 ‘이철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철수 리’가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US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토론토 릴 아시안 영화제, 로스앤젤레스 아시안퍼시픽 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았다. 재미 언론인 출신인 하줄리와 이성민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영화는 이철수의 생전 인터뷰와 사진, 지인 및 언론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그의 삶을 찬찬히 추적해 나간다. 1952년 한국에서 태어난 이 씨는 미군과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 열두 살 때 미국으로 갔다. 말도, 사람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술집 호객꾼으로 일하는 등 여러 일을 하며 방황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는 청년이었다. 영화는 인종 차별과 사법 실패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옥으로 내몰았는지,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어떻게 발버둥 쳤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그는 결국 수감 10년 만인 1983년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프리 철수 리’가 돋보이는 부분은 석방 이후 이 씨가 겪은 혼란과 방황의 시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 씨는 수감 생활이 자신의 삶에 남긴 상흔과 이후 얻은 유명세를 버거워했고, 마약에 중독됐다. 갱단에 연루돼 방화 현장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굴곡진 그의 삶 전체를 돌아보는 이 영화 자체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기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화상 사건 이후 강연 활동 등을 통해 조각난 삶을 다시 이어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2014년 6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민 감독은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이민자 이야기는 여전히 가치 있는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다. 제 딸을 비롯한 다음 세대를 위해 이 이야기를 역사에 반드시 기록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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