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배경복사’가 대체 뭐길래
이들은 노벨상까지 받았을까
우주의 시초에 관한 이야기
◇빅뱅의 메아리/이강환 지음/252쪽·1만4000원·마음산책
우주의 시초에 대한 연구로 실제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는 다름 아닌 통신사 직원들이었다. 괴상한 이야기 같지만 우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꽤 잘 알려진 사연이다. 현대 과학에서 우주의 시초라고 하는 사건은 빅뱅이라고 부르는 대폭발과 같은 현상이다. 대략 137억 년 전 일어난 일로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137억 년 전에 우주가 처음 생길 때 대폭발 같은 현상이 생겼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무엇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증거일까?
1964년 미국의 한 통신사에서 근무하던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라는 직원은 정밀하게 전파를 감지하는 기술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험 도중, 전파 가운데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날아오는 알 수 없는 이상한 잡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사람은 이 잡음의 정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을 수소문하며 여러 가지로 연구한 끝에 이 전파가 사실은 빅뱅 현상이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대로 벌어졌을 때 생겨나는 독특한 흔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두 사람이 발견한 전파를 우주에 배경처럼 엷은 빛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흔히 우주배경복사라고 부른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의 증거로 널리 인정됐으며, 두 사람은 결국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우주배경복사는 도대체 왜 생겨난 걸까? 두 사람은 어떻게 우연히 발견된 잡음을 우주의 시초를 연구하는 문제와 연결할 생각을 했을까? 그 이후로 우주배경복사나 빅뱅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전되었을까? 현대의 과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우주에 퍼져 있는 전파에서 137억 년 전 우주의 탄생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내는 걸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엮은 책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지낸 이강환 박사의 책 ‘빅뱅의 메아리’다.
이 책은 우주배경복사라는 전문적이고 낯설게 느껴질 만한 주제 하나만을 택해 풀이한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질 ‘도대체 이 세상이 어떻게 처음 생겨났을까?’ 하는 문제와 주제를 연결해 재밌고 현실감 있게 읽힌다.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게 이야기가 엮여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명쾌하고 쉽게 읽히면서도 중요한 과학적 사실은 확실히 짚어 나가는 저자 특유의 글솜씨가 돋보인다고 주저 없이 평할 수 있다.
과학 문제 연구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연구 현장에서 실용적인 첨단 기술과 기초 과학 연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담겨 있는 것도 큰 재미다. 굳이 내세워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곧 우리 산업과 경제를 일으키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느끼게 해 준다는 점도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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