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초록색 융단처럼 깔린 계곡, 봉우리에 덮인 하얀 눈, 반짝이는 호수의 윤슬. 영화는 그림 같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한다. 그 안에 사는 두 남자의 인생과 우정을 그린 영화 ‘여덟 개의 산’이 20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난해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사는 도시 소년 피에트로(루포 바르비에로)는 열한 살 여름, 부모님을 따라 절경을 자랑하는 아오스타 계곡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다. 피에트로는 이곳에서 평생을 형제처럼 지내게 될 브루노(크리스티아노 사셀라)를 만난다. 마을에서 유일한 또래인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산과 계곡을 마음껏 누린다. 피에트로는 브루노와의 시골 생활에 자연스레 젖어 들고, 밤이면 속닥이며 함께 잠든다.
하지만 두 소년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브루노의 아버지가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브루노를 데려가 버리고, 둘은 떨어져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두 사람은 갈림길에서 각자 다른 길을 택한 사람처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청년이 된 피에트로(루카 마리넬리)는 세상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한다. 원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더 나은 자신을 찾고 싶다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성인이 된 브루노(알레산드로 보르기)는 완전히 반대의 삶을 산다. 항상 그곳에 있는 산처럼 자신이 살던 시골 마을로 돌아와 이전처럼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들며 산다. 피에트로의 아버지와도 진짜 부자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평범한 가정도 꾸린다. 그러던 중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알프스산맥에 외딴집을 지어달라’는 피에트로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아오스타에서 다시 만난다.
“자, 잘 봐. 이게 우리의 세상이야. 그 중심엔 가장 높은 산이 있어. 누가 더 많이 배울까? 가장 높은 산에만 오른 사람과 그 주변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한 사람 중에 말이야.” 떠돌며 삶의 의미를 찾는 피에트로가 한곳에 뿌리내려 옴짝달싹 못 하고 고군분투하는 브루노에게 건넨 말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별하고 재회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영화 ‘뷰티풀 보이’(2019년)로 잘 알려진 펠릭스 판흐루닝언 감독과 부인 샤를로트 판데르메이르스가 공동감독을 맡았다.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코녜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작진은 알프스의 모습을 제대로 담기 위해 해발 2000m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을 직접 지었다. 높고 뾰족한 산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화면 비율보다 좁은 1.37 대 1 비율로 촬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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