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뒤 서울? 산길-물길-바람길 다시 잇는 ‘땅의 건축’ 꿈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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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조병수 건축가 ‘미래 서울’ 제시
“공공녹지 조성때 인센티브 줘야”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인 조병수 건축가는 “상호의존적인 건축물들이 조화롭게 자리한 100년 뒤 서울을 꿈꾼다”고 
했다(위쪽 사진). 그가 비엔날레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설계한 파빌리온 ‘땅소’. 낮은 지대에 연못과 크고 
작은 둔덕을 조성해 주변 경관을 우러러볼 수 있게 했다. ⓒ김재경·황우섭, 조병수건축연구소 제공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인 조병수 건축가는 “상호의존적인 건축물들이 조화롭게 자리한 100년 뒤 서울을 꿈꾼다”고 했다(위쪽 사진). 그가 비엔날레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설계한 파빌리온 ‘땅소’. 낮은 지대에 연못과 크고 작은 둔덕을 조성해 주변 경관을 우러러볼 수 있게 했다. ⓒ김재경·황우섭, 조병수건축연구소 제공
“우리 모두는 ‘땅’이라는 같은 층에 살고 있습니다. 자기 존재를 과시하듯 솟아있는 도심의 건물들 사이에서 낮은 땅의 조건에 순응하는 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높은 층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던 사람들이 이곳에선 주변을 우러러봅니다.”

1일 개막한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 조병수 건축가(66)는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설계한 파빌리온 ‘땅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에 지층보다 낮은 1290㎡ 규모 저지대를 조성했다. 가장 낮은 자리엔 지름 16m의 연못을 냈고, 주위엔 작은 둔덕들을 만들어 낮은 땅을 감쌌다. 그는 “둔덕에 앉아 둘러보면 멀리 북악산 자락이 끊기지 않고 이 땅과 이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자연과 주변을 배척하지 않고 자신을 낮춰 땅으로 스며드는 것이 바로 ‘땅의 건축’”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12일 조 건축가를 만났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에 대해 “지난 100년간 경쟁하듯 쌓아올린 건축물들로 인해 끊어졌던 산길 물길 바람길을 다시 잇고 옛 선조들이 살았던 대로 땅에 스며드는 건축을 추구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는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 전시’는 그의 바람을 보여준다. ‘서울 그린 네트워크’라는 부제로 국내외 건축가 10여 명이 상상한 100년 뒤 서울의 설계도를 선보인 것으로, 한강을 비롯해 서울 도심 곳곳을 잇는 녹지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박희찬(스튜디오 히치)의 설계도 ‘리버/그라운드: 한강 위의 새로운 땅’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다리에 폭 500m에 이르는 녹지공원을 만들었다. 조 건축가는 “한강은 폭이 워낙 넓은 탓에 강남과 강북을 가로막는 경계가 됐지만 녹지 다리를 조성하면 한강이 산길과 물길, 땅의 길을 잇는 새로운 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건축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는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100년을 내다본 마스터플랜을 미리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어 “서울 도심에 건물을 지을 때 1, 2층 높이를 비워 공공녹지로 조성할 경우 건폐율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민간의 자발적 녹지 조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땅은 조 건축가의 건축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그가 설계한 경기 양평군 수곡리의 ‘ㅁ자집’(2004년)과 ‘땅집’(2006년), 경남 거제도의 ‘지평집’(2019년)은 지평선에 스며들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사는 방식이 우리를 만듭니다. 자기를 높이며 주변을 제압하는 공간에서 살아온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길러집니다. 자연은 물론이고 주변 경관을 배려하며 자신을 낮추는 ‘땅의 건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조 건축가)

이번 비엔날레는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시민청 등에서 10월 29일까지 열린다.

#100년뒤 서울#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조병수 건축가#미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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