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주와 옹주들은 가장 경사스러운 날, 어떤 혼례복을 입었을까? 왕의 딸들이 혼례를 올리는 날 맨 바깥에 걸쳤던 옷이 ‘활옷’이다. 옛 기록엔 긴 홍색 옷이라 해서 홍장삼(紅長衫)이라고 불렸다.
전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조선 왕실 활옷 가운데서 가장 완성도와 보존 상태가 뛰어난 9점이 한자리에 함께 했다. 서울 경복궁 서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방탄소년단(BTS)의 RM(김남준)이 후원해 복원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라크마) 소장 활옷(위)이다. 2021년 그가 기부한 1억 원으로 1939년 한 고미술 수집가가 미술관에 기증한 이 활옷을 더욱 선명하게 살려냈다.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중간중간 화려한 디지털 영상물이 감동을 더한다. 고궁박물관은 색 바랜 자수 문양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디지털 이미지로 공간을 꾸몄다.
활옷을 자세히 보면 수여하해(壽如河海), 복여하해(福如河海)가 새겨져 있다. 바다와 강처럼 오래 살고 복을 누리라는 축원 문구다. 등 쪽 상단엔 이성지합(二姓之合), 만복지원(萬福之源), 즉 남녀가 함께 만나는 것은 모든 복의 근원이라는 의미다.
당시 엄격한 유교 신분제가 지배하던 시절, 가장 붉은 염색 대홍(大紅)은 오로지 왕실에만 허락됐다. 염료도 귀했지만 존귀함의 색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선의 왕들은 민간 혼례복에 예외적으로 입는 것을 허용했다. 워낙 비쌌기 때문에 관청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빌려주는 형식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선 왕실 여인들의 혼례문화를 이해하고 화려한 디지털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이 특별전은 무료로, 9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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