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동행하고 130여 명 인터뷰
공감 능력 부족한 특유의 성격… 유년기 폭력적 환경서 비롯된 듯
위험 증폭시켜 몰아붙이는 방식… 사업에선 큰 성공 가져다주기도
◇일론 머스크/월터 아이작슨 지음·안진환 옮김/760쪽·3만8000원·21세기북스
“나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사람들을 로켓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합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일 거라고 생각했나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여러 행성에 인류를 정착시키겠다는 스페이스X의 창업자, 지구를 초고속 위성 인터넷으로 뒤덮는 스타링크의 창안자, 뇌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뉴럴링크의 창업자, 트위터의 후신 ‘X’의 오너 .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세계는 전방위적 재능을 가진 인물의 부활을 기다려 왔지만 이런 사람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찬사를 받는 그는 임직원에 대한 착취와 소셜미디어에서의 기이한 언행으로 눈총을 받고 자신의 기업까지 위험에 노출시키는 장본인이다. 일론 머스크는 전인(全人)적 선구자인가, 초인(Superman)인가, 광인인가, 빌런인가.
헨리 키신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은 저널리스트 월터 아이작슨은 2년 넘게 머스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주변 사람들 130여 명을 밀착 인터뷰해 이 책을 내놓았다.
연대기적으로 서술된 이 책에서 머스크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는 충격적이다. 아버지는 한 시간 넘게 아이들에게 폭언을 퍼붓기 일쑤였고, 또래 소년들에게 매일 두들겨 맞는 야생 생존 캠프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유년기는 머스크의 특유한 성격을 형성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에게는 친절이나 따뜻함,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없다는 것이다. 머스크도 자신을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 정의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도 느낌이 아니라 분석해서 알아내는 것이었다. 자신이 만난 여인들과 아이들에게도 그랬다.
이런 성격은 성공에 동력으로 작용했다. 공감을 배제한 결정은 그를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가’로 만들었다. 머스크는 자신을 밤낮없이 일하도록 채찍질했고 다른 임직원들도 그러도록 종용했다. 위험을 증폭시키고 물러설 수 없이 몰아붙여 강을 건넌 뒤 ‘배를 태워버리는 데’ 몰두했다.
당연히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스페이스X를 창업한 뒤 세 번이나 로켓 발사에 실패했을 땐 글로벌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닥쳤다. 포기하라는 종용에 머스크는 “그러면 인류는 영영 ‘다행성(多行星·여러 행성에 거주한다는 의미)’ 종이 될 수 없어”라고 맞섰고, 네 번째 발사는 성공했다. 그의 직관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결과’였다.
출간과 동시에 세계 언론이 이 문제적 전기를 조명했다. 이미 머스크의 소생으로 알려졌던 뉴럴링크 임원 질리스의 아이들이 머스크의 ‘사랑 없는’ 정자 기증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전쟁을 우려해 크림반도 인근의 스타링크 접속을 일시 차단했다는 내용 등이 헤드라인에 올랐다.
머스크는 “크림반도는 원래 스타링크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아이작슨은 오류를 인정했다. 출간 전 내용에 관해 사전 논의가 없었음을 시사하는 이 일화는 책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소리들로부터 일종의 보호막을 제공한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서평에서 “기술 거대 기업이 사회에 입힌 피해나 노동 착취 같은 것들이 책에 생략됐다”고 지적하며 머스크와 저자의 암묵적 약속을 의심했다.
머스크는 결국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저자는 결론을 유보한다. “위대한 혁신가들은 ‘어른아이’일 수 있다. 무모하고,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때로 해를 끼칠 수도, 미치광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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