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저자는 영국 출판사 혼퍼드 스타로부터 이 같은 e메일을 받았다. 저자가 번역한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2017년·래빗홀)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다.
기뻐서 비명을 지르던 저자에게 곧바로 다른 e메일이 도착했다. 역시 저자가 번역한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도 같은 부문 1차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백인이 아닌 사람이 번역한 두 권의 책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동시에 후보로 선정된 건 처음이었다. ‘저주토끼’가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저자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첫 번째 한국인 번역가가 됐다. 저자는 당시 심정을 “유색 인종이라고, 한국인이라고, 비(非)원어민 번역가라고 날 무시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돈을 꽤 잘 벌었던 통역사였던 저자가 가난한 문학 번역가가 된 뒤 겪은 희로애락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번역한 작품이 주목받아도 눈에 띄지 못했고, 낮은 번역료에 생활비를 걱정하면서도 문학 번역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감을 주는) 클라이언트는 얼마든 대체 가능하며 번역 일은 도처에 널려 있다”는 저자의 선언은 ‘번역가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는 출판계의 인식에 반기를 든다. “내 영혼의 작은 파편이 번역에 실리게 되고, 독자는 그 파편에 반응하는 듯하다”는 고백에선 문학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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