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인연’ 첼로 제자와 스승… 이젠 지휘자 - 연주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8일 03시 00분


장한나-미샤 마이스키
23, 24일 예술의전당서 협연

“틀 안에서 자유로움 즐기는 선생님… 드보르자크-베토벤과 함께해 영광”
“관객 마음까지 만져주는 지휘자…첼리스트 경력 아쉽지만 응원해”

장한나 포스터/가격 5만∼13만 원.
장한나 포스터/가격 5만∼13만 원.
“열 살 꼬마였던 제게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은 ‘악보란 단순히 음표가 아니라 살아 있던 인격이 쓴 것이며 혼이 들어간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셨죠.”(장한나)

“장한나는 열정, 직관, 지성, 에너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관객의 귀와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만져주는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미샤 마이스키)

각각 43세, 9세에 처음 만난 첼로 사제(師弟)가 32년이 흘러 솔리스트와 지휘자로 한국 무대에 선다. 라트비아 출신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5)는 이달 23,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장한나 & 마이스키 with 디토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지휘자 장한나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를 협연한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2012년 성남아트센터 ‘앱솔루트 클래식’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를 협연한 이후 11년 만이다.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휘자 장한나(왼쪽)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에게 손가락 하트 포즈를 가르쳐 주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휘자 장한나(왼쪽)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에게 손가락 하트 포즈를 가르쳐 주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두 사람의 기자간담회에서 장한나는 처음 마이스키를 만난 순간을 회상했다. “아홉 살 때 선생님 독주회에 갔어요. 공연 후 사인회에서 제 순서가 됐을 때 아버지께서 제가 연주한 모습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마이스키 선생님께 건네셨죠. 며칠 뒤 ‘이탈리아 키자나에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에 초대하고 싶다’는 편지가 왔어요.” 장한나는 “장난기 많은 꼬마였지만 마스터클래스에선 잔뜩 ‘얼어서’ 선생님과 사진 한 장 함께 못 찍었다. 지금은 선생님께서 ‘셀피 퀸(selfie queen)’이라고 부를 정도로 만나면 사진부터 찍는 등 친구처럼 지낸다”며 웃었다.

마이스키는 “처음 한나의 첼로를 들었을 때 압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환생을 믿지 않지만 (다른 음악가의 환생이라고 생각할 만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다”고 회상했다. 지휘자가 된 제자를 보는 심경은 복잡하다고 했다. “한나가 첼리스트로서의 경력을 희생한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지휘자로서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한 그 결정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언젠가 한나가 다시 첼로를 잡게 된다면 첼로 두 대가 들어가는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 C장조를 함께 연주하고 녹음하고 싶어요.”

스승의 제안에 장한나는 “나도 기회가 되면 슈베르트의 5중주를 함께 연주하고 싶다. 14세쯤에 마이스키 선생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76), 비올리스트 유리 바슈메트(70) 등과 멋모르고 함께 연주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에 일정들이 취소되면서 첼로를 다시 잡았다가 ‘아이구 내 손가락아…’ 했어요. 다시 만족스럽게 연주할 수 있게 될 때 말씀드리겠습니다.”(웃음)

장한나는 2017년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가 됐고 2022년부터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마이스키와 차이콥스키 ‘로코코 변주곡’,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 등을 협연했다. 장한나는 “마이스키 선생님은 자신만의 확신과 강한 색채의 틀 안에서 매번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즐기고자 하신다. 11년 전에 이어 이번 연주를 보시는 분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키는 “오리지널에 가까운 연주를 하고 싶다. 최대한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협연곡인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 외 23일 베토벤 교향곡 5번, 24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연주한다. 장한나는 “음악가로 살면서 정말 중요했던 분들은 마이스키 선생님을 비롯해 작곡가 드보르자크와 베토벤”이라며 “드보르자크의 곡으로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 출전한 뒤 연주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고, 베토벤은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강한 불을 지펴줬다. 세 분이 이번 콘서트에 모인 셈이기에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감회를 밝혔다.

장한나는 디토 오케스트라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디토 오케스트라는 굉장히 뜨겁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오케스트라는 역대 지휘자나 연주 시즌 편성을 통해서 개성을 대략 알 수 있지만, 이 악단에 대한 정보는 백지 상태였죠. 11일부터 연습을 함께 하며 ‘살아 있는 오케스트라’라고 느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하는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즐겁고 기대가 큽니다.”

#장한나#미샤마이스키#협연#첼로#지휘자#연주자#음악#악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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