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 때문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미래를 그린 신간은 영미권 독자들도 흥미로워할 겁니다. 미국에서도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딥페이크 가짜뉴스와 이미지가 논란이 되고 있으니까요.”
영미권 출판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56)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공상과학(SF) 장편소설 ‘메모리케어’(은행나무, 지난달 28일 출간·사진)를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경숙, 손원평 등 국내 순수문학 작가의 문학성 높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신인의 장르문학을 선택한 건 영미권 독자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그는 “신간은 신춘문예 등 문학상 수상 경력이 없는 진보라 작가(32)의 데뷔작이지만 해외 시장에선 한국 내 활동 경력이 중요하지 않다”며 “문장보단 서사와 주제 위주로 검토해 영미권에서 성공할 만한 작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지트워는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제 문학 에이전트다. 약 20년 동안 한국 문학을 해외에 수출한 미국인으로 ‘한국 문학 전도사’로 불린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미권에 소개해 맨부커상 수상에 큰 역할을 하는 등 한국 순수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엔 한국 신예 장르문학 작가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한국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참에이전시’를 세웠고, 두 달 뒤 제1회 ‘신예 작가 공모전’을 열었다. 이 공모전에서 지난해 11월 뽑힌 수상작이 ‘메모리케어’다. ‘메모리케어’는 번역이 진행 중이고, 곧 영미권 출판사를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처음 한국 문학을 소개할 땐 영미권 문학평론가를 겨냥해 순수문학을 찾았지만 상황이 변했다”며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 덕에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한국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성 장르문학 작가의 작품도 해외 출판 계약을 추진 중이다. 웹소설 작가 출신 장세아의 장편소설 ‘런어웨이’(아프로스미디어), 번역가 출신 박현주의 장편소설 ‘서칭 포 허니맨’(위즈덤하우스) 등이 대상이다. 성과도 있다. 박소영 작가의 SF 장편 ‘스노볼’(창비)은 대형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를 통해 내년에 영미권에서 출간될 예정이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출간 계약도 진행 중이다. 그는 “특히 한국은 장르문학에서 젊은 여성 작가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향후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할까.
“마케팅요. 한국에선 유명해도 영미권에서 책을 처음 낸다면 사실상 신인이나 다름없어요. 한국 작가가 눈도장을 찍기 위해선 해외 출판사 편집자도 만나고, 마케팅과 홍보에도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제가 신인 작가에게 주목하는 것도 이 과정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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