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1984)가 살던 한옥에서 조각가 한용진(1934∼2019)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서울 성북구 혜곡최순우기념관(최순우 옛집)에서 ‘혜곡의 영감’ 세 번째 전시로 ‘한용진 조각전’을 연다고 밝혔다. 한용진의 석조 작품 14점과 드로잉·판화 11점, 기록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최순우 옛집은 1930년대 초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최순우가 1976년부터 별세하기까지 살았던 곳이다. 사랑방, 안방, 대청마루, 건넌방으로 구성된 ‘ㄱ’자형 안채 바닥에 한용진의 돌 조각이 놓여 있고, 바깥채에서는 기록 자료를 볼 수 있다. 마당에는 소나무, 산사나무, 모란, 수련 등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와 꽃으로 가꾸어져 있다.
안채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서 작품을 감상하면 한옥 나무 문틀이 액자 역할을 해 인상적이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이 놓인 대청마루 뒤편은 부엌으로 사용돼 다양한 모양의 소반이 걸려 있었다고 전한다. 최순우의 집을 찾은 많은 문화인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용진은 1세대 조각가로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를 다니며 한국인의 심성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돌을 찾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다. 최순우가 기획한 국립박물관 ‘판화 5인전’(1963년)에 김종학, 윤명로, 김봉태 등 동료 작가들과 참여했다. 1963년에는 김환기와 함께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1967년부터 미국에 정착한 뒤 김환기·김향안 부부와 가깝게 지냈다.
22일에는 미술사학자 조은정이 전시 연계 강연 ‘조각가 한용진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다. 사전 신청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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