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은 우리 박물관이 앞으로 한국실을 리모델링할 때 주요한 참고자료가 될 겁니다. 세계 여러 박물관들이 ‘사유의 방’을 참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매우 강렬한 경험이었어요.”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약 1500점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로열온타리오박물관(ROM)의 밸러리 후아코 부관장(58·사진)은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해외문화홍보원 초청으로 10일부터 엿새간 방한해 국내 박물관과 미술관 7곳을 살펴봤다. 그를 가장 사로잡은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후아코 부관장은 “향기와 조명, 소리까지 조화시킨 전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국 컬렉션을 어떻게 선보이고 활용할 것인가’는 ROM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ROM은 캐나다 박물관 중 유일하게 한국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박물관과 비교해도 이른 편인 1999년 운영을 시작했다. 특히 ROM이 소장한 한국 컬렉션은 고려청자 조선백자뿐 아니라 ‘돌칼’을 비롯한 고고학 컬렉션으로도 유명하다. 후아코 부관장은 “한국 컬렉션 상당수는 19, 20세기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선교사들이 기증한 유물”이라며 “이를 제대로 연구하고 보여주는 것은 캐나다와 한국의 오랜 교류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과제로 유물이 만들어진 시점부터 현재까지 소유권 변화 내력과 수집 정보를 추적하는 ‘출처 연구’를 꼽았다. 후아코 부관장은 “출처 연구는 현재 전 세계 박물관계에서 떠오르는 이슈”라며 “ROM 역시 전문 큐레이터가 유물의 이력을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ROM이 지난해 11월 한국계 캐나다인인 권성연 큐레이터를 채용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ROM은 한국 컬렉션 전부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으며, 2015년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실태 조사도 벌였다.
앞으로 한국 박물관과 전시 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다. 후아코 부관장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활옷 만개―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을 ROM에서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이 전시를 살펴본 그는 “혼례복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공예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했다”며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언어와 역사가 달라도 모든 이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했다.
“긴 설명 필요 없이 ‘조선의 웨딩드레스’라고 하면 전 세계인이 바로 이해할 겁니다. ROM은 전 세계 박물관들과 많은 협업 전시를 선보여 왔습니다. 이젠 한국 박물관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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