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 가뒀던 감옥 보고 전율… 7번 퇴고 거쳐 완성”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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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소설 ‘사랑과 혁명’ 발간
“코로나때 곡성서 농사 짓고 지내
정해박해 진원지 찾아간 건 운명”
주인공 이름 딴 생태책방도 열어

김탁환 소설가는 19일 “역사소설을 쓰면서 한 번도 옛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쓴 작품은 오늘날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소설이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김탁환 소설가는 19일 “역사소설을 쓰면서 한 번도 옛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쓴 작품은 오늘날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소설이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전남 곡성군 천주교 곡성성당 옆집을 빌려서 1년을 살았어요.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박해받았던 공간에서 소설 속 인물과 함께 지내며 글을 썼습니다.”

김탁환 소설가(55)는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해박해(丁亥迫害)를 다룬 장편소설 ‘사랑과 혁명’(전 3권·해냄)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곡성군에서 시작된 1827년 정해박해의 진원지이자 천주교인을 가둔 감옥이 있던 옥터성지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오전 5시 눈을 뜬 뒤 집 앞에 있는 밭에서 농사를 짓고 낮엔 소설을 썼다”며 “밤엔 꿈에 나타난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고 했다.

김 소설가는 동명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2004년 대하소설 ‘불멸의 이순신’(전 8권·민음사) 등 굵직한 역사소설을 발표해 왔다. ‘사랑과 혁명’은 그의 31번째 장편소설이다. 2021년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전 2권·해냄) 이후 2년 만의 장편으로 1568쪽에 달한다. 그는 “소설을 7번 퇴고하는데 정말 토할 것 같았다”며 웃었다.

그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와 전업 작가로 대전과 서울에서 각각 10여 년을 살았다. 대도시의 삶에 회의를 느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1년 1월 곡성군으로 이사했다. 그는 “우연히 곡성성당을 방문했다가 천주교인이 갇혔던 감옥을 복원한 공간을 보고 감전된 것 같았다”며 “이야기의 신(神)이 1800년대의 이야기를 잘 써보라고 나를 곡성군에 보낸 것 같았다.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방대한 자료조사와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19세기 조선에 살았던 천주교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순박한 농사꾼 청년 ‘들녘’이 천주교에 눈을 뜨는 것에서 시작해 박해에도 굴하지 않던 천주교인의 저항을 그렸다. 1권은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음지에서 확산했던 천주교의 역사, 2권은 정해박해 사건, 3권은 감옥에서 복역한 천주교인의 고민을 다루며 정해박해를 다층적으로 조명했다. 그는 “어릴 적 개신교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천주교인은 아니다”라며 “신간은 종교소설이면서 조선의 근대화 과정을 다룬 역사소설”이라고 했다.

그는 2021년 곡성군에 작품의 주인공 이름을 딴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이란 작은 책방을 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수줍게 답했다.

“만약에 ‘들녘’이 지금 살아 있다면 읽을 만한 책들로 책방을 꾸며서 곡성군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곡성군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면서 고민하고 깨달은 것을 쓰고 싶습니다.”

#김탁환#소설가#사랑과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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