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 김지원-최진욱 2인전
중견화가 작업 소개 ‘회화의 이름’… 지난해 이어 두번째 시리즈 선보여
“진공 상태 같은 풍경이었어요. 밀폐된 곳에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막막함…. 색이 없어지면 꽃은 스러진다고 생각했는데, 맨드라미가 다르게 보인 순간이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린 어느 겨울 밤 화가 김지원(62)은 작업실 앞 맨드라미 밭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붉게 타오르는 맨드라미를 그렸던 김지원 작가는 수년 전부터 가을이 되어 갈색으로 바래고, 겨울밤 시든 맨드라미에 눈길을 돌렸다. 그 결과물을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누크갤러리에서 열리는 ‘회화의 이름…그림의 시작’전에서 볼 수 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식물인데 동물 같았던’ 맨드라미는 계절을 지나면서 스산한 바람에 울부짖는 가시나무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 전시는 지난해 노충현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회화의 이름’ 두 번째 시리즈로, 한국 중견 회화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아름다운 장미가 너무 흔해지면서 ‘장미는 이제 덧없는 이름으로만 남았다’고 표현한 것에서 착안해 당연하고 때로는 식상한 것으로 여겨지는 회화를 다시 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지난해에는 노충현, 샌정의 작품을, 올해는 김지원, 최진욱(67)의 작품 20여 점을 소개한다.
최진욱의 신작에 담긴 건 그가 오래전부터 이어온 작업실 풍경들이다. 이번에는 형광을 연상할 만큼 밝고 강렬해진 색채가 눈에 띈다. 김지원은 색을 빼고, 최진욱은 색을 더한 것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별채 갤러리에서는 김지원의 ‘무거운 그림의 시작’(1997년)을 비롯한 1990년대 작품 4점과 최진욱의 ‘그림의 시작’(1990년), 1995년 자화상 두 점 등 오래전 작품도 볼 수 있어 작업 스타일 변화를 가늠해보는 재미도 있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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