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내한공연 ‘올 드보르자크’ 편성
비치코프 “체코필, 어둡지만은 않아
전통 음악 통해 여러 음색 섞여 있어”
체코필을 지휘하는 이 악단 수석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그는 “체코필은 짙은 음색과 체코 민속음악에서 온 밝은 특징을 함께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Marco Borggreve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드레스덴 젬퍼오퍼와 쾰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지낸 러시아 출신 지휘 명장 세묜 비치코프(71)가 처음 내한한다. 2018년부터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 ‘사육제’ 서곡과 일본의 25세 ‘피아노 신성’ 후지타 마오가 협연하는 피아노협주곡 등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을 꾸민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01년 동아일보사 주최로 체코필과 함께 내한했던 당시 수석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에게 체코필의 특징에 대해 물었더니 ‘옛 동구권 악단 특유의 짙고 어두운 색채가 있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체코필의 짙은 음색은 공산주의 시대에 생겨난 게 아니라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것입니다. 반면 밝고 민첩한 특징도 갖고 있죠. 체코필은 체코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시작했고, 이 나라의 노래와 춤 등 여러 요소가 그 음색에 섞여 있습니다.”
―이번에 드보르자크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민 이유는 뭔가요.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택했죠. 체코필은 이번 시즌을 3주간의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으로 시작합니다. 교향곡 3곡, 협주곡 3곡, 서곡 3곡을 연주하죠. 해외 연주를 할 때는 그 시즌 체코필의 ‘집’인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연주한 곡을 택합니다. 1896년 체코필이란 이름으로 처음 이 악단을 지휘한 분도 드보르자크였어요.” ―소련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서 당시 소련의 유대인 억압 분위기를 겪은 뒤 서방으로 이주해 활동해왔습니다. 이런 점이 당신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음악가는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소련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것은 내게 주어진 특권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자유가 없었고, 나는 자유가 필요했습니다.” ―외가의 성(姓)을 쓴 동생 야코프 크라이츠베르크(1959∼2011)도 지휘자였습니다. 어떤 분위기에서 성장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머니는 직업 음악가는 아니셨지만 피아노를 치셨고, 어머니의 할아버지는 오데사 오페라 하우스의 지휘자셨죠. 나는 어릴 때 곧잘 드럼 치는 흉내를 냈는데, 어머니는 내가 음악적 소질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레닌그라드 과학자 협회의 피아노 교실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6세 때 첫 공개 연주를 했죠.”
―부인이 피아니스트인 마리엘 라베크(71)입니다. 집에서도 음악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지요.
“물론이죠. 나는 ‘피아니스트 라베크’와 결혼했고, 집에서도 음악 얘기를 합니다. 우리는 그녀가 태어나 자란 프랑스의 바스크 지방에 집이 있고, 그곳에서의 삶을 사랑합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날 ‘악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악의 무리와 공범이 되는 것이다’라며 러시아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침략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삶과 죽음, 인류의 실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힘없는 사람이 얻어맞는 걸 보면 누구라도 최소한 경찰에 신고는 하겠죠. 나도 그런 일을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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