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플라톤도 운동광이었다는 사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3일 01시 40분


◇스웨트/빌 헤이스 지음·김희정 정승연 옮김/380쪽·2만2000원·RHK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방대한 저술로 유명하지만 그는 넓은 어깨를 가진 실력 좋은 레슬러이기도 했다. ‘퀴리 부인’으로 잘 알려진 폴란드 과학자 마리 퀴리는 자전거를 타고 신혼여행을 갈 정도로 자전거 마니아였고, 미국 사법부 ‘진보의 상징’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은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매일 20개씩 팔굽혀펴기를 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지성을 자랑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물음표 앞에서 정신이 피폐해질 때면 기꺼이 땀을 흘려 심신을 다잡을 줄 아는 ‘운동광’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의 보디빌딩, 피트니스센터까지 운동과 함께 ‘땀’ 흘리는 인간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과학 전문 작가로 활동한 이력을 발휘해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부학 및 진화학적 시선도 적절히 녹여낸다. 저자는 미국 신경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을 쓴 작가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의 동성 연인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땀 자체를 고귀한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선수들의 땀을 ‘글로이오스’라고 불렀는데, 일부 상인은 경기장 바닥에서 이를 긁어모아 800세스테르티우스(고대 로마의 화폐)에 팔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저자는 땀 속에 탁월함을 향한 매진을 뜻하는 ‘아레테’의 정수가 녹아 있을 것이란 고대인의 믿음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운동이 그리 환영받지 못한 중세 시대에도 서민들은 춤을 추고, 귀족들은 검투 연습에 힘쓰는 등 운동과 함께한 인류의 역사가 수천 년간 이어진다.

저자는 땀의 독소 배출 기능은 사실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그 대신 체온 조절이 핵심적인 역할로, 햇볕을 막아주는 털이 사라진 인류에게 피부를 식혀주는 땀은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강조한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내는 땀을 정밀하면서도 유쾌한 사례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땀 흘려 본 경험이 있는 모두에게 흥미로운 몰입감을 준다.

#플라톤#그리스 철학자#레슬러#운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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