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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10년만에 복원 ‘경복궁 계조당’…문화유산 수리 장인들 걸작품
뉴시스
업데이트
2023-09-23 08:30
2023년 9월 23일 08시 30분
입력
2023-09-23 07:45
2023년 9월 23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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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만에 재탄생한 왕세자의 공간 경복궁 계조당에 문화유산 장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경복궁 계조당은 조선시대 왕제자가 살았던 동궁에 있는 정전이다. 왕세자는 이곳에서 문무백관의 조회를 받았다. 특히, 조선 왕조 권위와 후계 연속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헐렸다.
지난 2018년부터 계조당 복원공사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관련 문헌 고증과 전문가들의 검토가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문화유산 수리장인들은 목재, 석재, 기와 등 전통재료를 손수 제작하고·가공해 전통기법으로 계조당 권역을 되살렸다.
복원을 마친 계조당 권역은 지난 20일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조선 왕실 후계 연속성 상징물
조선시대 궐내 동쪽에 있는 동궁 권역은 외전과 내전을 갖춘 궁궐 속 작은 궁궐이었다. 동궁은 세자가 국왕을 보필하면서 왕으로서 덕목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는 곳이었다.
특히 동궁 권역에 있는 계조당은 신하들이 왕세자에게 축하인사를 드리고 잔치를 여는 등 동궁 정당(正堂)으로 기능했다. ‘계조(繼照)’는 ‘계승해(繼) 비춰준다(照)’라는 의미로 왕위계승을 뜻한다.
경복궁에 동궁 조성 시기는 1427년이었다. 이때 세종이 궐내 자선당과 승화당을 세웠다. 이후 1443년 계조당을 왕세자가 신하들에게 조회를 받는 전각으로 건춘문 안에 새로 조성했다.
당시 왕세자의 조회를 위한 건물 조성과 함께 왕세자가 신하들에게 조참을 받는 의례인 의주(儀註), 정월 초하루와 동지에 신하들에게 하례를 받는 의주가 완성됐다.
훗날 문종이 되는 왕세자는 1444년 1월 계조당에서 처음 조참을 받았다. 문종은 대리청정 동안 이곳에서 주로 조참례를 행하고 공부하기도 했다. 일본 사신을 만나거나 생일 축하례도 받았다.
단종이 즉위한 1452년 문종의 뜻에 따라 계조당을 헐라고 해 공식적으로는 왕세자가 조하를 받는 공간이 사라졌다. 이후 고종이 1891년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훗날 순종이 되는 왕세자의 집무를 대비해 계조당도 다시 지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동궁 주요 건물과 함께 계조당은 조선총독부가 경복궁을 조선물산공진회 등으로 조선 왕실 권위를 지우고 식민통치 정당성 선전 행사 공간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철거됐다.
◆ 전통기법으로 되살아난 장인들의 걸작품
문화재청은 지난 2018년 계조당지를 발굴 조사해 파악한 기초 유구를 기준으로 삼고 북궐도, 조선고적도보 등 문헌을 참고해 복원 계획을 세웠다.
2020년 2월 착공, 2021년 8월 기초다짐을 진행했다. 같은 해 11월 기단, 월대를 포함한 석재 공사를 마쳤다. 2022년 2월부터 주요 목재를 마름질하고 조립해 6월에 상량했다. 모든 복원공사는 지난 8월에 끝났다.
이 과정에서 국가무형문화재 번와장, 두석장, 석장과 분야별 문화재수리기능자들이 참여했다. 장인들은 전통재료와 부재를 손으로 만들어 결구, 조립 등 전통 기법을 적용해 작업을 진행했다.
문화재청 복원정비과 전의건 사무관은 22일 “장인들이 고령이라 전부 수작업으로 하는 복원작업을 하는데 체력이 되고 실력이 있는 장인들을 모시기 쉽지는 않았다”며 “진정성이 있는 문화유산을 보여주려고 복원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물로 공개된 계조당 권역은 흥례문을 지나 근정문 앞 맨 오른쪽에 쪽문을 지나면 들어갈 수 있다. 권역에 들어서면 왼쪽에 계조당 일원이, 오른쪽에 봉의문이 보인다.
계조당 일원에는 정문인 명사문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길게 늘어선 행각과 담장이 전각인 계조당을 둘러치고 있다. 동쪽과 남쪽은 행각으로, 서쪽과 북쪽은 담장으로 되어있다.
행각은 151.55㎡ 규모로. 동행각 12칸과 남행각 13칸 모두 25칸으로 된 건물로 복원됐다. 행각에는 맞배지붕과 팔작지붕이 올려있다.
명사문으로 들어가면 본당인 계조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조당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지어진 건물이다. 현재 단청이 이뤄지지 않아 지붕과 건물에 사용된 한식기와, 철물, 목재가 본래 재료 질감 그대로를 보여준다.
전 사무관은 “그야말로 계조당은 조각품이자 공예품”이라며 “자연재료 특성상 강하고 약한 부분이 있는데 손으로 작업하면 이런 부분이 잘 반영돼 자연스러운 미감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목재를 붙인 곳에 못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무와 나무를 맞물려 맞추는 전통 건축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 사무관은 “한옥의 전통 건축 방법은 서양 건축물처럼 쇠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법을 쓴다”며 “결구법은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못이 중간에 박혀있지 않아 외관상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담장, 행각, 계조당 지붕에는 전통수제기와들이 이어져 있다. 지붕의 기와를 잇는 장인인 번와장이 계조당 지붕을 88.4㎡ 규모에 달하는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올렸다.
다른 고건축처럼 계조당도 한눈에 봐도 기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기와를 어떻게 이엇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미와 웅장함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단청은 목재가 단단하게 마른 다음에 할 수 있어 몇 년 후 고증 연구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단청장이 단청을 입힐 때 각자장이 계조당 건물들의 현판도 달게 된다.
전 사무관은 “나무가 완벽하게 마르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며 “마르기 전에 단청을 입히면 단청에 갈램이 생길 수 있고 나무도 삭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계조당 전각문은 닫혀있다. 경복궁관리소 관계자는 “오는 11월 계조당 복원 의의와 전각 역사성을 알리는 상설전시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때 계조당 내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원된 계조당 권역은 경복궁 관람객 누구나 별도 사전 신청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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