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Animal Rights Advocates]
골든걸 생명존중 연중 캠페인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저자 하재영 작가
하재영 작가가 쓴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는 ‘불편한 진실’이 가득하다. 번식장과 개 농장, 경매장, 도살장 등 막연히 추측만 했던 현실이 담겨있다.
전국의 개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등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 책에 담아
“불편한 내용이 많죠? 읽는 분들이 힘드실까 봐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많이 순화해서 쓴 건데도 그러네요. 제가 쓴 책 중 가장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하는 책이 이 책이에요. 지금의 상황을 알고 목소리를 보태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하 작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펴내기 위해 전국의 개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도살장 등을 취재했고, 번식업자,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을 인터뷰했다. 책 작업에만 3년을 썼다. 최근 그는 그간의 제도 및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이 책의 전면개정판을 새로 내놨다.
하재영 작가는 주목받는 논픽션 작가다. 2006년 계간 ‘아시아’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지만, 2018년 개 산업의 실태를 담아낸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출간하면서부터 논픽션 작품을 쓰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물권 도서 ‘운동화 신은 우탄이’, 집과 여성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어머니의 삶을 인터뷰하고 해석을 붙여 완성한 공동 회고록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등을 펴내며 관심을 모았다.
반려견 ‘피피’와의 만남, 유기견 문제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져
그가 동물권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반려견 피피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하 작가는 2006년 생애 첫 반려견 피피를 만났다. 피피는 원래 하 작가의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였다. 하지만 친구가 더는 피피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그는 고민 끝에 입양을 결심했다. 피피와 함께하면서부터 하 작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으로 세상에서 온전히 제가 책임져야 하는 존재였죠. 피피와 함께 하면서 어떤 존재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하는 생활이 주는 변화가 정말 크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유기견 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됐죠.”
처음에는 동물보호단체에 후원금을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2013년 유기동물 구호단체 ‘팅커벨 프로젝트’를 알게 된 뒤로는 유기견 임시보호 봉사를 시작했다.
“임시보호했던 유기견이 4마리 정도 돼요. 임시보호를 신청하며 팅커벨 프로젝트와 인연을 맺었고, 나중에 그곳에서 입양센터를 만들었을 때는 팀원으로 함께 일하기도 했어요. 독일의 유기동물보호센터에 견학을 갈 때도 참여했고요.”
무분별한 번식을 막는 방법, 죽음 앞에 선 유기견을 구하는 방법 ‘입양’
개 산업에 관한 책을 쓰고,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유기견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였던 그는 문제의 시작이 ‘공급 과잉’이라고 지적한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게 해, 강아지를 쇼핑하듯 쉽게 살 수 있으니 쉽게 버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한쪽에서는 매일 같이 수많은 강아지가 태어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버려진 유기동물이 안락사를 당하고 있다.
“강아지가 많이 태어나니 유기견도 많아지는 거죠. 동물생산업 규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정에서 키우는 개의 번식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개의 동물 등록을 의무화하고 등록세를 해마다 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야 지금처럼 잔인한 공장형 번식장이 줄어들 수 있다. 죽음의 문턱에 선 유기견을 구하는 방법도 결국 ‘입양’이다.
유기견 호동이 임시보호하다 입양, 덕분에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
하 작가도 피피가 떠난 뒤 새 가족으로 유기견인 ‘호동이’를 입양했다. 호동이는 경남 창원에서 발견돼 마산보호소에 입소해 있던 믹스견이었다. 입양 문의가 없어 1년을 보호소에서 지내다가 안락사 명단에 올랐다. 팅커벨 프로젝트가 호동이를 구했고 하 작가가 임시보호를 자청했다.
“털 색이 밝은 개를 입양하려는 분이 많다 보니 짙은 고동색의 호동이는 입양 문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1년 반 정도 임시보호했죠. 임시보호를 시작할 때만 해도 피피가 노견이라 새로운 입양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2018년 피피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몇 달 후 호동이의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피피를 잃고 상실감이 컸던 하 작가는 호동이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 사람을 좋아하고 교감을 잘하는 호동이가 곁에 있어 웃을 일이 많아졌다. 그는 “활발한 호동이 덕에 산책도 많이 하고 활동이 늘었다. 덕분에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반려동물 입양 전 반드시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해
입양은 유기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사지말고 입양하라’는 구호를 외친다. 하 작가도 입양을 적극 권하지만, 그렇다고 입양이 쉽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많은 고민과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연민만으로 입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임감 없는 연민은 자신에게나 동물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에는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필요한 공부를 하고, 20년 가까운 세월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필요하죠.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의무적으로 기본적인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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