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과 임신 후에 여성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관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동생이 될 태아를 이질적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작은 세포 집단을 남겨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21일 (현지시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미국 신시내티어린이병원 의료센터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 산모의 면역체계가 태아를 적대적으로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십 년 동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단 여성이 건강한 임신을 하게 되면 태아가 다음 임신을 위해 호의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은 세포집단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책임자인 미국 신시내티어린병원의 싱싱웨이 박사 (감염병리학)는 이와 같은 연구가 결국 임신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임신중독증 , 조산 및 사산을 포함한 임신 합병증은 모두 태아에 대한 임산부의 거부반응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구는 두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연결했다. 하나는 ‘태아 마이크로키메리즘 (fetal microchimerism)’이다. 소수의 태아 세포가 자궁에서 빠져나와 산모의 몸 전체의 다양한 조직에 자리 잡는 현상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태아 세포가 엄마 몸에 정착한 후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웨이 박사는 “아주 적은 수의 태아 세포가 심장, 간, 장, 자궁 및 기타 조직에서 발견된다”라며 “우리가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지닌 세포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자녀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상은 건강한 임신이 이뤄지고 나면 산모의 몸이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출산 이후에도 몇 년간 지속될 정도로 장기간 생성한다는 것이다. 이들 T세포는 태아를 인식하고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T세포는 태아를 어떻게 인식하고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걸까?
임신한 생쥐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 ‘태아 마이크로키메리즘’이 열쇠인 걸로 드러났다. 첫 번째 임신을 통해 엄마 몸속에 남겨지는 태아의 세포 주머니가 같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미래의 형제자매를 위한 우호적 면역 환경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형제애로 보이는 이 현상이 사실은 ‘이기적 행위의 산물’이라고 웨이박사는 전했다.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형제자매는 유전자의 절반 정도를 공유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전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산모가 다시 임신을 하면 새 태아의 세포가 엄마 몸에 있던 형 또는 누나의 세포를 완전히 대체했다. 하지만 각 임신에서 얻은 유익한 T 세포의 작은 풀은 계속해서 잠복 형태로 살아남는다. 또 새로운 임신을 위해 활동하게 된다.
웨이 박사는 “이번 발견이 인간의 임신 합병증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임신에서 더 흔하지만 초기 임신이 건강한 경우에는 다음 임신에서도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대조적으로 여성이 임신합병증을 보였다면 후속 임신에서도 해당 합병증이 재발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새로운 이론 중 하나는 여성의 면역 체계가 좋은 결과를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좋지 않은 임신 결과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웨이 박사는 새로운 발견이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엄마의 면역 체계가 건강한 임신을 기억한다면 임신합병증도 기억하느냐는 질문이다. 그는 이 의문이 해결된다면 재발성 임신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목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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